[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지난 8월 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자 최근 3개월간 취해졌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 하지만 아직도 유럽의 재정위기 불씨가 남은 탓에 금융주 금지 조치는 계속해서 유지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서면회의를 열고 최근 증시 변동성이 크게 완화되었다는 판단 하에 지난 8월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3개월간 적용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10일부터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초대형 악재로 인해 코스피가 8월 1일 2,172에서 공매도 조치 하루 전인 같은 달 9일 1,801까지 급락하자, 금융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가 증시 약세장에서 늘어나면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판단에 공매도를 금지했었다.
하지만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계속되는 유럽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안정세를 찾으며 이달 8일에는 1,903까지 회복했다
이에 따라 3개월 동안 적용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풀기로 한 것. 그러나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과 이탈리아 부채위기 등을 고려해 대내외 변수에 민감한 금융주 공매도 금지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남유럽 피그스(PIIGS) 국가의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 등의 유로존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PIIGS 국가의 국채 만기액은 올해 4분기 1천843억달러, 내년 1분기 2천832억달러, 2분기 1천769억달러 등에 달한다.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풀었지만 정부가 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형 헤지펀드를 준비하는 증권업계는 금융위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결정을 환영했다. 헤지펀드는 주로 차입과 공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관리하는데 공매도를 계속 금지하면 헤지펀드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자산운용업계는 공매도 금지 연장 검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는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한 의지로 보인다"며 "정부 정책이 시장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업계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국장은 "이번 결정은 헤지펀드 운영과 관계없이 시장 가치만을 보고 이뤄진 것이다.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헤지펀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