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외국계 은행들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거액의 배당금을 수시로 챙기면서도 수수료 인하에는 동참하지 않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금 출연도 외면하고 있다.
돈독이 올라 인간의 온기를 상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민들과 정부의 비판과 압박이 거세지자 시중은행은 물론 신협, 새마을금고까지 결국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계속해서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자사 통장을 개설하면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고, SC제일은행은 전면적인 인하가 아닌 취약계층 창구 이용수수료 감면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ATM 사용자 급증으로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SC제일은행의 창구 수수료 인하는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이들 은행의 ATM 이용수수료는 은행권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어서 영업시간 후 자동화기기(ATM)로 같은 은행 간 이체하는 수수료는 국내 은행이 무료인 데 비해 600원을 부과하고 있고, 타행이체 수수료는 무려 2천원을 넘는다.
외국계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것보다 자금난에 부닥친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하는 행태에 대해 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글로벌 금융불안이 심해지고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10개 시중은행은 은행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에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설 수 있도록 신보에 총 2천615억원의 보증재원을 출연했다. 보증재원의 10배가량이 대출 보증에 쓰여 총 집행액은 2조5천억원이었다.
그러나 SC제일, 씨티은행은 물론 올해 론스타에 8천억원 가까이 배당한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이 출연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올해 대외 악재로 인해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었음에도 `부도 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데는 신보의 대출 보증이 큰 역할을 했지만, 외국계 은행에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남몰라라 했다.
외환은행은 "2009년 출연한 1차분을 아직 다 쓰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2009년 출연한 2천여억원을 모두 소진하고 올해 다시 대규모 출연에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고배당, 쥐꼬리 기부, 수수료 인하 불참, 중소기업 지원 외면 등 외국계 은행들의 행태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