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부실기업의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에 대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부실 회사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키움증권에 대해 일부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의 판결이 나와 증권사 대상 소송은 더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투자로 인해 피해를 보고서도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못했던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 회사채 발행 주관한 키움증권, 일부 패소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 11부는 유 모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 회사채 발행주간사인 키움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개인투자자 유 씨는 회사의 부실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채권발행을 주관한 키움증권을 상대로 손실금 2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법원은 "주관사인 증권사가 회사의 부실 징후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투자자 손해액의 상당 책임이 주관 증권사에 있다"고 판시했다. 채권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가 회사의 부실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009년 9월 360억원 규모의 성원건설 무보증 전환사채(CB) 발행을 주관했다. 하지만 발행 직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임금체불과 파업이 발생했고, 회사는 결국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가 진행됐지만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지게 되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봐야했다.
◆유사소송 판결 결과 관심… LIG건설 CP 판매 우리투자증권 소송 내달 판결
키움증권 판결 이후 업계는 유사소송의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CP부당발행으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그룹 총수가 고발된 LIG건설 CP 관련해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다음달에 예정돼 있다.
지난 3월 개인투자자 한 명이 증권사측이 부도위험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에만 주력했다며 LIG건설의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우리투자증권측은 "투자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최대한 노력중"이라면서도 "회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은 증권사들에게 기업 실사의무가 있지만 CP의 경우 그런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성원건설 등의 사례와 똑같이 보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대한해운 회사채에 투자했던 일반투자자 130여명이 회사채 발행 주간사였던 현대증권을 상대로 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의 주간사 업무를 맡아 공모를 진행했지만 불과 두 달만인 올해 1월 25일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일반투자자들이 약 200여억 원의 손실을 봤다.
◆중국고섬·씨모텍 유상증자 증권사들에도 소송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주관한 증권사들에 대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고섬의 국내기업공개를 주관했던 대우증권은 투자자 554명으로부터 지난 9월 190억원 규모의 소송에 이미 피소됐다. 지난 1월 국내증시에 데뷔한 중국고섬이 상장 2개월 만에 회계부실로 거래정지된 후 최근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9월 상장폐지된 씨모텍 유상증자 참여자들도 씨모텍과 동부증권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허가를 신청했다.
씨모텍은 지난 1월 유상증자를 통해 약 28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로부터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3월2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거래정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