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안 원장이 지난해 3월 서울대 '관악초청강연'에서 한 발언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간된 강연집 '안철수, 경영의 원칙'(서울대 출판문화원刊)을 통해서다.
안 원장은 의사에서 벤처기업인, 대학교수로 두 차례의 변신을 했다. 과거의 성공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결단의 순간, 특히 의사 가운을 벗고 벤처기업을 세울 때는 "반년 정도를 고민했다"면서 자신이 정한 '결단의 세 원칙'을 소개했다.
첫번째 원칙은 "과거를 잊자"는 것. 그는 특히 실패보다는 성공한 경험을 경계했다. "한번 자그마한 것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놓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결정을 하게 돼서, 결국은 마음이 약해지고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말로 객관적으로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어 주변 사람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부모님, 친구 등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단기적인 방법과 장기적인 방법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원하는 길을 가게 되면 당장은 좋지만 만약에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경우라면 오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우선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자연적으로 주위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방법을 권유했다.
그는 마지막 원칙으로 '미래의 결과에 미리 욕심을 내지 말 것'을 꼽았다. 결과에 대해 먼저 욕심을 내고 결과만 갖고서 생각하다 보면 판단을 그르치기 싶다는 이유 때문.
안 원장은 '피라미드의 우두머리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정치, 교육, 기업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교육 쪽에 몸담으면서 여러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전쟁의 차이점에 대해 "어떤 책을 보니, 둘 다 적과 싸우는 것은 똑같은데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반면 정치는 적을 믿어야 정치가 된다고 한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름을 남기겠다는 환상은 없으며, 이름은 남지 않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다든지 뭔가 바람직한 제도가 생긴다든지, 제가 만든 조직이나 일이 남는다든지 하면 제가 살았다는 흔적이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벤처 거품'이 터지기 전인 1999년 한 언론과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벤처기업 투자를 주문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으나 '벤처기업 95% 망한다'는 기사 제목 때문에 "아, 정말 한국말로 다양한 욕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제 평생에서 가장 큰 고생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3년 후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한 벤처기업 토론회에서 "벤처기업의 95%가 망한다는 것은 국민의 상식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 "사회적인 발언을 할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그 순간은 힘들고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기억이 조금씩 바뀌면서 결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