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재직 중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본부의 주식운용 정보를 사익을 위해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순위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켰던 전례를 감안하면 모럴 해저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정기종합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기금운용본부 입사자 6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명이 재직 중 주식을 보유했고, 이 가운데 12명은 재직 중 보유 주식 매도를 실행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총 340조원의 기금 가운데 24.5%에 달하는 83조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운용본부 직원들이 주식 보유 및 매도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지적이다.
더욱이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는 이미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정성평가 점수를 조작했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은 바 있어, 안팎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이를 통제할 수단도 없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복지부는 "운용본부 직원에게 자유로운 주식매도를 허용하면 투자종목 검토시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직원 모집시 재직 중 사적인 보유 주식의 매도가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공지하고, 기존 근무자가 보유한 주식은 일정 기한 내에 매도하도록 유예기간을 두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복지부의 지적에 따라 매입매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내부통제 규정에 반영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감사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방만한 경영도 여러 건 적발됐다.
우선 공단은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근속기간은 1년으로, 6개월 미만인 근속기간은 6개월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근속기간을 부풀려, 2006년 이후 5년간 퇴직자 760명에게 8억5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복리후생기금을 이용한 주택전세자금 대출 운용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로, 전세자금은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직원에게만 대출해야 하지만, 일부 주택 소유자에게 부당한 대출을 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부당대출 사실이 드러난 경우 일시에 환수해야 하는 원리금을 분할 상환토록 하거나 대부취소시 물려야할 이자도 받지 않았다.
연수비 지급 규정상 국외연수자에게는 1인당 연간 1만7천달러가 지급되는데, 한 연수자에게는 2년간 규정된 연수비의 2배에 달하는 6만7천592달러가 지급돼 연수비용을 과다 지급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밖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폐지해야 할 자가운전지원금을 1급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지급해 예산을 축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단은 "퇴직금 정산시 근속기간을 관대하게 운영하는 것은 장기근속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주택전세자금 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부담에 따른 신용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사 지적사항과 관련한 규정개정을 추진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