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서울대병원 수술부가 연말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댄스 공연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평간호사 동원해 연말에 파티하려는 수술부 송년회 당장 중단하라'는 제목의 벽보를 병원에 붙이고 'OR(Operating Room)파티'로 불리는 수술부 송년회와 관련된 고발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측이 공개한 내용에는 "지난 11월초 '본원 수술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밝힌 발신인이 12월 8일 열리는 OR 파티는 간호사들의 80% 정도가 하기 싫어하지만 교수들이 원해 감히 나서서 반대하지 못한다" 며 "신규 간호사들은 밤 9시, 10시가 되도록 춤 연습을 하고 (공연 당일) 억지로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야 해 너무 괴롭다"고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자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1천만원의 예산도 지원받는 것으로 아는데 그 정도는 식사값 밖에 되지 않고 무대장치며 조명, 춤 강사비용은 따로 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에 대해 "의사는 군림하고 간호부 관리자들은 그런 상황을 지원해 결국 평간호사들만 희생하는 병폐가 다시 나타났다"며 "한 직종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직원을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직문화인가"라고 따졌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서울대병원의 OR 파티는 매년 개최되다 2005년부터는 3년에 한번씩 열리고 있다.
올해는 외과계 진료과 교수, 간호사, 레지던트와 기타 직원 등 300여명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장기자랑 등을 할 예정이다.
OR 파티 공연에 참가하는 평간호사 9명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무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OR 파티는 수술부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행사"라며 "교수들도 색소폰과 대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간호사들이 일방적으로 교수들 앞에서 '재롱 잔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연에 참가할 예정인 간호사 A(25.여)씨는 "우리가 의사들을 서빙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노조의 그런 시선이 더 불쾌하다"며 "한달 동안 열심히 OR 파티를 준비했는데 취소되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