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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채용박람회서 오라클·솔린드라·AT&T 출신도 `한국 가겠다' 몰려들어

[재경일보 서정인 기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라도 기꺼이 가겠다며 취업을 희망하는 미국인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오라클, 솔린드라 등 대기업 출신도 많아 미국의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취업난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샌마테오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에서는 전미직업박람회(National Career Fairs) 주최로 보험회사 애플렉 등 10여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전미 순회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이 채용박람회에는 실리콘밸리 코트라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의 부스도 설치됐고,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로 북적댔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처우와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한국에서의 거주 등에 대해 코트라 직원을 상대로 진지하게 상담을 받았다.

이날 코트라 부스에 이력서를 제출한 한국계 미국인 더글러스 조(33. 전 오라클 직원)씨는 "정규 직원이었는데 일하던 부서가 구조조정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면서 "실리콘밸리에도 대기업들이 많이 있지만 최근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박람회에서 코트라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진행된 상담을 통해 모두 68건의 이력서를 접수했다.

코트라 측은 "이메일을 통해 4명의 구직자가 이력서를 추가로 내기로 해 이번 박람회에서 모두 72명이 한국 취업을 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초 새너제이(산호세)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도 미국인들이 80건이 넘는 이력서를 접수하는 등 한국행을 희망하는 미국의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이번에 지원서를 제출한 구직자들 가운데는 관리직 출신이 2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20명), 엔지니어(6명), 마케팅(5명), 통신(4명) 등의 순으로 한국에서의 구직을 희망했다.

특히 오라클이나 솔린드라, AT&T 같은 미국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다 구조조정됐거나 직종을 바꿔보려는 경력 지원자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근무해보고 싶어 일부러 찾아온 지원자들도 있었다.

코트라는 접수한 이력서를 인력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후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실리콘밸리 등 대기업출신 우수인력을 필요로 할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지원자 현지 면접까지 대행해 주고 있다.

권중헌 실리콘밸리 코트라 관장은 "최근 미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시스코나 오라클 출신의 우수인력들이 취업시장에 나오고 있다"면서 "이들 우수인력을 한국의 중소기업에 연결시켜주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