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수술 과정에서 뇌에 구멍이 뚫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인성(醫因性) CJD 환자가 또 다시 발견돼 관계당국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번 환자는 지난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 이후 두 번째 사례다.
8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두 번째 iCJD 사례로 의심되는 48세 남성의 병력을 조사한 결과 1988년 5월 외상에 따른 뇌실질 출혈로 수술을 받을 당시 뇌경막 대용제인 독일산 '라이오듀라(Lyodura)'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첫 번째 의인성 CJD(iCJD) 환자가 발견되고, 그 원인으로 경막 대용제로 사용된 라이오듀라가 지목되자 보건당국은 독일 비 브라운(B Braun)사가 사람의 경막을 원료로 만든 이 제품이 1987년 5월 이후 제조 및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첫 번째 환자는 1987년 뇌 수술 당시 라이오듀라를 사용,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에 비슷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안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1998년부터 동물(소·돼지) 유래 조직이나 합성고분자 물질로 만든 제품만을 안전·유효성 심사를 거쳐 경막 대용제로 허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번째 iCJD 추정 환자의 경막 수술 시점이 1987년 이후인 1988년으로 확인됨에 따라 보건 당국의 이 같은 설명은 상당 부분 신뢰성을 잃게 됐다.
이 제품은 1987년 제조 및 생산은 중단됐지만 그 이전까지 국내에서 얼마만큼 수입됐고 어떤 경로로 언제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생산된 물량이 1987년 이후 사용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해외의 경우 일본에서도 라이오듀라는 2008년 2월까지 132명의 CJD 환자를 감염시킨 것으로 가나자와의과학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
보건당국은 "2000년 이후 법정감염병신고체계로 신고된 210명의 CJD 환자는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병원 의무기록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한 모든 CJD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력, 문제가 된 독일제 라이오듀라 사용 여부 등 의인성 CJD 위험요인 노출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