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코스피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폭락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폭락세가 점점 잦아들어 안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안보 불안이 커지며 방산주와 라면·생수·부탄가스 등 생필품 관련 주식이 큰 폭으로 올랐다.
19일 코스피는 지난주 종가보다 63.03포인트(3.43%) 하락한 1,776.93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탈리아 재정위기 우려로 하루만에 94포인트 떨어진 지난 10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는 1,829.49로 출발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6개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로 오전 장중 1,800선을 내줬다.
이후 정오 무렵 김정일 사망소식이 긴급 타전되자 급전직하해 불과 5분 만에 1,790선에서 1,750선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연기금 위주로 기관이 장중 '자사'로 돌아서는 등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외국인 매도세가 약화되면서 코스피는 1,750.60에서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은 것에 비해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셈이다.
투자자별로는 오전까지만 해도 매도 우위를 보이던 기관이 오후 들어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기관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이날 1천4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급격히 시장을 이탈할 것으로 여겨졌던 외국인도 2천65억원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개인은 저가매수에 나서 1천65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에서 매물이 쏟아져나와 3천315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모든 업종 지수들이 하락한 가운데 의약품(-5.73%), 의료정밀(-5.46%), 기계(-5.25%) 등은 5%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운수창고, 종이목재, 화학, 전지전자(IT) 등도 4% 이상의 크게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서는 농심(2.69%)과 동부화재(1.39%)를 제외한 모든 종목들이 하락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6.38%), LG(-6.10%), 하이닉스(-5.87%), LG화학(-5.20%) 등이 강한 하락세를 보였고, 대장주 삼성전자도 3.64% 하락하며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삼성생명 등도 크게 떨어졌다.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삼양식품(14.89%)이 가격제한 폭까지 올랐으며, 농심도 2.69% 상승했다.
방위산업주로 꼽히는 휴니드(15.00%)와 퍼스텍(14.85%)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남북경협주는 등락을 거듭했다. 조비(7.02%)와 남해화학(6.64%), 에머슨퍼시픽(4.81%), 좋은사람들(4.52%) 등은 올랐지만, 현대건설(-1.03%)과 로만손(-2.99%), 삼천리자전거(-3.40%)는 내렸다.
남북경협주는 이날 오전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다는 발표를 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로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에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한가 19개를 비롯해 91개 종목이 상승했다. 하한가 16개 등 911개 종목이 내렸고 12개 종목은 보합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26.97포인트(5.35%) 하락한 477.61을 나타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방산주인 HRS(15.00%), 스페코(14.91%), 빅텍(14.73%) 등이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뛰어올랐다. 부탄가스 제조업체 태양산업도 폭락장 속에서도 1.79% 올랐다.
이날 상승종목은 91개, 보합종목은 12개에 불과했던 반면 무려 911개 종목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이날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6.2원 오른 1,174.8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