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국회에서 법인세 중간 구간의 상한선이 정부 안보다 낮춰짐에 따라 정부의 감세 기조가 또 한번 흔들리게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열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35%,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유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열릴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조세소위 의결대로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에서 세법 개정 내용이 수정됨에 따라 국세수입은 정부안보다 1천675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회 수정안에서 소득세는 내년부터 최고 구간인 과세표준 8천8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현 35%에서 33%로 내릴 예정이었으나 현재 수준으로 유지됐다.
한나라당 중심으로 논의가 무성했던 이른바 '버핏세' 추진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간 정치권에서 1억5천만원 초과 또는 2억원 초과 등으로 최고구간을 새롭게 만들어 세율을 40% 내외로 높이자고 주장했다.
이번 조세소위에서 이 내용이 빠졌고,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음을 고려할 때 당분간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역시 최고구간 세율이 현 수준인 22%로 유지됐다. 다만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중간구간이 신설되고 이 구간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회 세법 개정안 심의과정에서 이른바 '부자 감세' 조항이 일부 철회됨에 따라 정부의 감세 기조는 또 한 번 후퇴하게 됐다.
정부는 9월 세법 개정안 발표 전날까지도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할 방침이었으나 당정청 협의에서 전격적으로 감세를 철회하기로 함에 따라 감세정책 의지를 또 한번 접어야 했다.
기재부는 당시 법인세의 경우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란 중간 구간을 설정해 이 구간의 세율을 20%로 낮추기로 한 만큼 법인세 인하를 전면적으로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마저도 중간 구간의 상한선이 정치권 요구에 가까운 수준으로 결정돼 빛이 바랬다.
한나라당은 당시 중간 구간을 '2억원 초과∼100억원 이하'로 한 뒤 이 부분의 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했다. 이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구간에는 중소ㆍ중견기업이 있는데, 정부는 중견기업까지 법인세를 낮춰주자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감세 혜택을 중소기업에 한정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중간 구간 설정없이 현행 과표구간을 유지하면서 감세를 철회하자고 맞섰다.
여야가 이번에 중간 구간의 상한선을 '200억 이하'로 설정함에 따라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는 기업 수가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줄게 됐다.
저소득층에 근로유인을 주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는 정부 안보다 혜택이 확대됐다. 최대 지급액이 연간 18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었고, 지원 대상에 방문판매원과 보험모집인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지원규모가 정부안인 6천300억원에서 8천900억원으로 4천880억원이 늘었다. 수급 대상자 역시 정부안인 85만가구에서 110만가구로 확대됐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관련, 여야는 정부안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렸을 때 받게 되는 공제율을 정부안인 2%에서 3%로 높인 것이다.
중소기업 가업상속 혜택도 크게 줄었다. 정부는 10년 이상 장수 중소기업을 상속받을 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를 전액 면제해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가업상속 공제율을 가업상속 재산총액의 100%에서 70%로 내렸고, 공제한도 역시 5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췄다.
여야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내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보유 기간 3년 이상부터 10∼30%까지 공제해주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