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정부가 올해 물가 안정을 국정 주요 목표로 천명했지만,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이 불황 타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한국의 수출과 내수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물가보다는 불황 문제에 더 초점을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3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국제 대형 IB들은 2012년 3분기까지 우리나라 평균 기준금리가 연 3.15%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보다 0.10%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6월 이후 연 3.25%로 6개월째 묶여 있는 상태다.
이들 IB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평균) 최고치는 연 3.25%로 현재와 같고 최저치는 연 3.0%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3.2%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되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면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는 2012년까지 연 3.0%±1%이고, 올해 전망치는 정부보다는 0.1%P 높은 연 3.3%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내외 경제상황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낮춰잡은 것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서라도 지난해 4%를 넘어선 물가를 낮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외국계 IB들은 이런 정부의 의지가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불황에 직면하면서 도중에 힘을 잃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3분기까지 기준금리가 변동 없이 계속해서 3.2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그룹도 같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도이치방크는 2분기까지 기준금리가 3.25%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3분기 전망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3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JP모건은 대외적으로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까지는 기준금리가 연 3.25%를 유지하다 3분기로 접어들면 3.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HSBC는 1분기에 기준금리가 연 3.0%로 낮아진 뒤 3분기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는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HSBC와 모건스탠리는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과 내수가 함께 둔화되면서 경기하강 리스크가 현실화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SBC는 "경기하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의 정책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선제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1분기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다"고 예측했다.
HSBC는 "실질임금 증가 정체, 부동산경기 부진,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등을 고려할 때 민간소비가 경기부양에 일조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정부가 고용창출 중심의 재정부양책을 시행하는 등 팽창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수출과 내수가 동반 둔화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저소득층 복지지원, 지역 인프라 투자확대 등의 경기부양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