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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자 사회적 차별 여전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장기기증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곳곳에서 발생해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장기 기증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해 6월 시행됐고, 장기기증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 등에서 차별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장기기증자 차별신고센터'에 따르면 4년 전 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A씨는 지난달 민간보험에 가입하면서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간 기증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 측이 보험가입 대상에서 간을 제외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간 기능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고 건강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소견서를 보험사에 제출했지만, 보험사측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당국에 신고했고, 차별신고센터가 중재에 나선 이후에야 일반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A씨의 어머니는 "아무리 자식이라도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아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억울함은 말로 다 못한다"고 토로했다.

장기 기증자가 보험 가입시 맞닥뜨리는 '부당함'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기증 후 강제 해약을 요구당하거나 보험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측이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신고센터 측은 설명했다.

간 기증 다음으로 많은 신장 기증에 대한 차별도 적지 않다.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신장 이식에 따른 질환이 생길 경우 전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각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 기증자를 울리는 차별은 직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1년여 전 동생에게 간을 기증한 후 병가로 휴직했던 공무원 B씨는 장기기증을 위한 휴직 때문에 제 때 승진하지 못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은 휴직 기간이 승진소요년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센터측은 B씨 처럼 장기기증에 따른 휴직으로 승진이 누락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관련 법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장기기증자 차별신고센터 관계자는 "장기기증자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면 장기를 기증받는 이들도 심적인 부담을 던다"면서 "센터에 접수된 대부분의 사례가 가족 간의 기증인데 사회적 차별로 본인과 가족들이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 기증자들은 보험 가입이나 직장에서 차별 등을 당하면 부당함을 적극 알리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이 발효됐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앞으로 적극 알려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