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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백화점에서 대낮에 '묻지마 인질극' 벌어져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대낮에 임신부를 상대로 '묻지마 인질극'이 벌어졌다.

인질극을 벌인 남성은 현장에서 검거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1일 백화점에서 인질극을 벌인 등의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상 감금 등)로 이모(35.무직)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낮 12시12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주방용품 매장에서 임신 5개월인 주부 김모씨를 식칼로 위협, 머리채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인질을 잡은 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대치하면서 별다른 요구 사항을 내놓지 않은 채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외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체포된 후에도 경찰에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않은 채 '인터넷 글을 보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확인 결과, 이씨는 전날인 10일 새벽 인터넷 카페에 "천명하였다"라는 제목으로 "그날은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을 이루는 날이요 '성원' 주의 이름으로 주의 심판이 행하여지는 대재난의 시작이라. 너희는 각자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라"는 글을 올려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인질극을 벌이기 1시간 전인 오전 11시31분경에는 지하 코엑스의 대형 서점 서가에서 라이터와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르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불꽃을 본 손님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바로 꺼버리자 백화점으로 올라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대치 40여분만인 낮 12시56분경 협상 전문가가 접근하자 이씨가 인질을 놓치고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이씨를 곧바로 제압, 체포했다.

인질로 붙잡혔던 김씨는 충격으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본인과 태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이씨가 사회에 불만을 갖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