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원인으로 알려진 병명은 '심근경색'이다. 이 병은 심장의 근육이나 조직이 죽는 병인데, 병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가 흡연이다.
지난해 12월 사망한 북한 김위원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초'였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를 끊었다고 밝혔다.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며 금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7년 2월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흡연자, 음치, `컴맹'을 `21세기 3대 바보'로 거론했다고 전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사망 직전인 작년 11∼12월에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간접증거'가 나왔다.
13일 연합뉴스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공연관람 사진을 분석한 결과, 작년 11월 인민군 공군 연합부대훈련을 지도할 때의 사진과 12월 인민군 제35차 군무자예술축전에 참석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 앞에 재떨이가 놓여 있는 것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사진 속 재떨이들이 김 위원장 앞에 놓인 1인용 탁자 위에 놓여있다는 점은 재떨이가 김 위원장을 위해 준비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재떨이가 일률적으로 김 위원장 오른손 앞쪽에 놓여 있는 것은 뇌졸중 이후 왼손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김 위원장을 배려한 조치로 보인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 공개된 김 위원장의 은하수 관현악단 음악회 관람 사진에서도 재떨이와 담배가 발견됐고, 작년 8월 러시아 방문 때는 오른손에 담배를 들고있는 김 위원장 모습이 외신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언제부터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는지는 명확지 않지만 2008년 말 뇌졸중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자 다시 술과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2009년 2월 회령대성담배공장을 시찰 중이던 김 위원장이 담배연기를 내뿜거나 오른손에 담배를 쥔 사진들을 공개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 사진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회복'을 과시하기 위한 연출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흡연장면은 이후에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예컨대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났을 때나 그해 9월 러시아 문화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한 파벨 오브샨니코브 러시아 관현악단 단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010년 12월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 여성사업가와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내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80∼90년대에는 영국제인 '로스만' '던힐'을 즐겨 피웠지만 근년 들어서는 '말보로' 등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흡연습관을 급사와 직접 연관짓기는 어렵다. 다만 의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원인이 북한당국이 밝힌 대로 `심근경색'이라면 흡연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흡연이 급성심근경색증의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려져 있다"며 "흡연은 동맥경화의 파열을 유발해 혈전생전을 촉진할 수 있고 결국 혈전이 혈관을 막아 급성심근경색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심근경색 범위가 매우 커지면 심장쇼크 및 급사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