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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병원 "간호사들 벗었으면 1등인데"…또 막말 논란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한 대학병원 송년회에서 장기자랑을 한 젊은 의사, 간호사들에게 한 교수가 "선정성이 유일한 심사기준"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한 부서의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직원 등 약 200명은 지난달 23일 저녁 종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송년 모임을 했다.

송년회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7개팀이 참가해 장기자랑 순서가 마련됐다.

전공의로 구성된 한 팀은 파란 수술복을 입고 걸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Roly-Poly)'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간호사들로 구성된 다른 팀은 정장 차림으로 댄스, 개그 등을 선보였다.

이 중 1등을 한 팀에게는 30만원, 2등에겐 25만원, 3등에겐 2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었다.

복수의 참가자들은 장기자랑이 끝나고 심사위원으로 나선 한 교수에게 "오로지 하나의 심사 기준은 선정성"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옷을 하나씩 벗었으면 1등 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탈락시켰다"라며 "개그도 재미있긴 했지만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춘 그 팀이 1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사적인 대화 내용을 포함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확인 결과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공개적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송년회 참가자들은 이 교수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 A씨는 "웃고 즐기자는 차원에서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야한 공연을 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런 거 해주면 분위기도 살고 좋지'라는 취지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다 했다'며 부추기거나 방관하는 선배 간호사들의 태도도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앞서 지난달엔 8일로 예정돼 있던 'OR(Operating Room) 파티'란 이름의 서울대병원 수술장 송년회가 논란을 빚었다.

당시 병원 노동조합은 한 간호사가 "간호사들의 80% 정도가 하기 싫어하지만 교수들이 원해 억지로 춤 연습을 하고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야 해 괴롭다"고 제보해 "평간호사를 동원해 연말에 파티하려는 수술장 송년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벽보를 부치는 등 파장이 일어 결국 송년회가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