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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위기 후 잠재성장률 3%대로 하락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경제가 인구 고령화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성장 동력을 잃고 급격하게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 조규림 연구원은 24일 `잠재성장률의 위기'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4.75%에서 이후 3.8%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서 추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9∼1997년 7.4%, 1998∼2007년 4.7%, 2008∼2012년 3.8%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보다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반토막이 났고, 정부의 추정치인 4%대 중반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거싱다.

주 위원 등은 잠재성장률의 하락 원인으로 ▲투자 부진 ▲노동투입력 약화 ▲수출의 부가가치 파급 효과 하락 ▲내수부문의 취약 ▲신(新) 성장산업 출현 지연을 꼽았다. 저출산 및 인구의 고령화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투자가 부진해 성장잠재력의 원천인 자본축적의 저하 현상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 부문이 급격한 침체국면에 진입해 투자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진 반면에 신흥공업국의 고성장으로 대외투자 기회는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 생산요소의 한 축인 노동투입력이 약화한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증가율은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연평균 3.2%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1년에는 0.9%로 크게 떨어졌고,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42.8%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분업의 확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출단가의 하락 등으로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급격하게 약화하고 교역조건도 나빠져 수출로부터 얻는 실제 이익이 감소했다.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취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대외 요인에 따른 수출 경기 위축을 상쇄할 수 있는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970∼1980년대 주력산업인 철강, 기계, 전자, 자동차ㆍ조선 등이 아직도 주력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고, 새로 부각되는 신성장 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평가됐다.

주 위원 등은 "잠재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자본ㆍ노동을 확충하고 고부가가치화, 내수 발전,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잠재성장률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국가가 노동과 자본 등 자원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실제 성장률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