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영업정지 앞둔 빅2 대부업체의 '엇갈린 행보'

[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다음달 영업정지를 앞둔 국내 1ㆍ2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가 엇갈린 행보를 보일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영업정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두고 두 업체의 반응이 상반되고 있다.

먼저 국내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는 이익 감소, 차입금 상환, 신규대출 급감, 일본 대부업체 인수 무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영업이 극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반면 산와머니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일본 본사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을 받아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을 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정지를 받게되면 업계 순위가 뒤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연간 결산(9월 말 기준)에서 순이익이 948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순이익 1450억원 것과 비교하면 이익규모가 약 3분의 2로 줄어든 셈이다.

또한 금감원이 이자 부당수취를 적발해 강남구청에 통보하자 채권자들이 러시앤캐시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앤캐시는 자기자본이 8000억원으로 비교적 탄탄하지만, 차입금이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은 대부분 저축은행 등에서 빌리거나 회사채를 사모 발행해 조달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러시앤캐시는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상환할 수밖에 없다"며 "상환 자금을 준비해두려고 신규 대출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대출이 급격히 감소한 탓에 고객 확보에 중요한 대출모집인 채널도 약해졌다.

일본 대부업체를 인수하려다 지난해 말 무산된 배경에는 인수자금을 끌어오려던 신한은행과 골드만삭스 등이 영업정지를 우려해 돌아선 것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악재가 겹친 러시앤캐시와 달리 산와머니는 영업정지에 그리 큰 타격은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 영업정지 전에 러시앤캐시의 이탈 고객을 확보하라"는 일본 본사의 방침에 따라 영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산와머니는 본사에서 국내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들여올 수 있는 만큼 영업정지되더라도 잠시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영업정지가 현실화하면 산와머니가 시장점유율에서 러시앤캐시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러시앤캐시(법인명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산와머니(법인명 산와대부)가 서울 강남구청에 제출한 의견서를 전달받아 검토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러시앤캐시는 법무법인 김앤장, 산와머니는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강남구청이 지난달 20일 통보한 영업정지 사전 통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 대부업체는 의견서에서 "지난해 6월27일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고 나서 받은 이자는 정상적인 연체이자"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부당수취가 한 차례만 적발돼도 영업정지를 받도록 한 대부업법이 한 차례 적발은 시정조치에 그치는 여신금융업법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이를테면 `중앙선을 침범'한 수준인데, 일부러 넘은 게 아니라 운전 미숙 탓이었다"라며 고의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100여개 대부업체와 대부중개업체는 1만명의 서명을 받아 강남구청에 낸 탄원서에서 이들 두 업체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에 착수하자 러시앤캐시는 부랴부랴 김앤장에 법률 자문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했다"며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대부업체 의견에 반대 논거를 정리해 조만간 강남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