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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무녀 아리 역을 맡은 장영남은 강한 인상을 남긴 거열형 장면 촬영에 대해서 “사지가 찢기는 고통은 평소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던 일이라 부담이 됐다”며 “처음엔 그냥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촬영장에 갔는데, 소 네 마리를 보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설마 진짜 (내 팔다리에) 소를 묶진 않겠지 하는 걱정이 됐다”고 털어 놓았다.
유난히 강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는데, ‘독한 캐릭터’를 좋아하느냐는 DJ 정엽의 질문에도 숨김없는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늑대 소년]이라는 영화를 촬영 중인데, 박보영 씨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며, “지극히 평범한 엄마 연기를 해야 한다. 너무 평범한 연기라 좀이 쑤셔서 미칠 것 같다. 독한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고 신기하다. 내가 연기하는 역할들은 모두 내 안에 있는 모습 중 한가지일 텐데, 연기란 그것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J 정엽이 “평소 성격이 궁금하다”고 운을 떼자, 장영남은 “평상시에는 그냥 맹추 같다. 얼굴에 살이 없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성격이 강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수줍게 웃었다.
장영남은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답게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깊이 있고 진지한 철학도 전했다. “연기라는 건 노력해서 되는 부분도 있지만, 타고나는 면도 큰 것 같다. 힘들었던 경험도, 평탄했던 삶도 배우에겐 모두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의 경우엔 연기에 목말랐던 힘든 시간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 시절에 ‘오기’라는 큰 재산을 얻었다.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오기가 생기더라. 말을 잘 못하니 열심히 연기를 하는 걸로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겐 그것이 무언의 투쟁이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말미에, 장영남은 신혼 생활의 행복감도 감추지 않았다. “노처녀인 상태로 죽지 않을까, 걱정했던 시간도 있었는데, 일단 결혼을 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결혼 전까지 서른 아홉 해를 부모님과 쭉 함께 살았는데, 결혼을 한 후 비로소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독립했다는 자부심이 든다. 그것 역시 부담스럽지만 큰 행복이다”라고 덧 붙였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