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반발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제약사들이 실제로는 복지부의 눈치를 보며 로펌 계약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복지부가 인하율이 반영된 약제급여를 고시하면 제약사들이 이에 반발해 소장을 낼 것으로 예상되어 왔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은 아직 로펌과 계약조차 맺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제약사의 수도 처음의 150여곳에서 현재는 100여곳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아직 참여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약협회에서 이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는 50여개 제약사가 소송 참여를 결정했다"며 "나머지 중형 제약사도 웬만하면 따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를 결정했다는 협회 임원사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로펌과의 실제 계약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제약사들의 소송은 협회측에서 추천한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등 5개 대형 로펌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해 그룹별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송을 맡은 한 로펌의 변호사는 "계약한 제약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하겠다고만 해놓고, 고시가 나온 뒤 다른 회사가 하는 걸 봐서 진행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소송 불사를 외치기는 했지만 막상 주무부처를 상대로 소송을 걸자니 앞으로 다른 약가를 조율하거나 정책 지원을 받을 때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제약사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일각의 분석이다.
실제로 협회 이사장단의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손실액이 800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로펌 선정을 안했다"며 "(소송하는데) 복지부의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사장단의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혁신형 제약사 선정과 얽혀 있어 복지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곤란한 입장"이라며 "굳이 먼저 소송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소송을 내 이기기를 바라지만, 괜히 복지부에 찍힐까봐 고민스럽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약가인하 소송의 윤곽은 정부 고시 발표 이후에나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향후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복지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가정책을 무효화해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거나 인하율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