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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5천600억원 챙겨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증권회사들이 투자자 재산인 투자자·펀드 예탁금 운용수익 5천600여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4∼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증권사 48곳은 2009∼2010년 증권금융(주)에서 투자자 예탁금 운용수익으로 8천317억원을 받아 투자자에게는 이중 34%에 불과한 2천848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천469억원은 회사 이익으로 귀속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등을 매입하려고 증권계좌에 예치한 자금으로, 규모와 상관없이 운용수익 기여율이 같아 필요경비를 뺀 금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어야 하지만 금융투자협회는 내부 규정으로 증권사가 자체 기준에 맞춰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하도록 해 각 증권사별로 이용료 지급률이 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A증권사는 운용수익 1천092억원 중 764억원을 투자자에게 준 반면, B증권사는 1천078억원 중 249억원만 지급했다. C증권사는 운용수익 513억원 가운데 11%인 59억원만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로 줬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금감원에 지도·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또 감사원은 펀드판매회사 74곳이 펀드 예탁금 운용수익 223억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회사 이익으로 챙긴 것도 적발했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독 사례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금융위가 2010년 증권사의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납부 수수료를 20% 인하하도록 했지만 국내 증권사 42곳의 2010년 평균 위탁수수료율 하락률은 전년 대비 0.9%에 불과했고 4곳은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를 방치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신속한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소액공모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이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과도한 협회 분담금 납부와 방만한 운영,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과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상품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부실 감독도 도마위에 올랐다.

또 감사원이 2000∼2010년 사망 신고된 270만명의 금융자산을 확인한 결과 그중 6%인 16만4천여명 명의의 예금 4천900여억원이 인출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등 상속인금융거래조회 서비스제도 운영도 부실했다.

아울러 최근 2년간 보험회사 32곳에서 총 3천759건(보험금 729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금감원은 이를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