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어제 2,020선까지 올라섰던 코스피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기대감 약화 등 악재를 맞으며 급락, 2,000선이 무너지고 4거래일만에 1,990대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은 9거래일만에 '팔자'로 돌아섰고, 기관도 매도에 동참했다. 프로그램 또한 매도 우위를 보였다.
16일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27.87포인트(1.38%) 하락한 1,997.4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처음부터 0.99% 하락한 2,005.37에 출발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 외국인의 매수에 장 초반 2,01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서서히 낙폭을 키워가다 오후 들어 1,990선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겹치며 가장 큰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15일(현지시간)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오는 20일로 연기했다. 이는 그리스의 긴축 이행 능력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의구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여기에다 구제금융을 그리스 총선이 있는 4월 이후로 미루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리스가 다음달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다 3차 양적완화를 놓고 설전을 벌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공개로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진 것이 하락 압박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은 9거래일만에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순매도 금액은 720억원으로 많지 않았다.
기관도 투신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며 3천311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4천165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차익거래에서 강한 매도세가 나타나 1천21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1.10%), 음식료품(1.00%), 비금속광물(0.37%), 종이목재를 제외한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증권(-3.53%), 기계(-2.79%), 철강금속(-2.58%), 은행(-2.29%), 화학(-2.05%)의 낙폭이 컸다.
NH투자증권(-4.90%)과 우리투자증권(-4.61%), HMC투자증권(-4.55%), 미래에셋증권(-4.39%) 등이 4%대 약세를 보였다.
포스코(-2.40%), 동부제철(-5.97%), 현대제철(-3.56%) 등 기계와 철강금속 업종도 좋지 않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전세계 99개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KB금융(-3.64%), 신한지주(-3.23%), 우리금융(-2.86%) 등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SK케미칼(-3.72%)와 호남석유화학(-3.66%) LG화학(-3.47%) S-Oil(-3.32%) 금호석유(-3.42%) 등 화학주도 크게 하락했다.
또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유통업, 운수장비업종이 1%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114만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경신했지만 종가는 전날과 같은 113만5천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4.65%)가 가장 많이 떨어진 가운데 LG전자(-3.47%)와 현대모비스(-2.6%)도 크게 내렸다. 한국전력, 하이닉스, 삼성생명, 기아차 등도 약세를 보였다.
현대차(0.23%), 롯데쇼핑(0.55%)과 KT&G(1.24%)는 소폭 올랐고, 모잠비크 가스전을 추가로 발견했다는 호재에 한국가스공사(3.09%)는 3% 상승했다
주요 종목별로는 이영두 회장이 시세조종 혐의로 증선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는 소식에 그린손해보험(-12.40%)이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고, 경영권 공방 우려 속에 삼천리가 10.29% 급등했다.
STX엔진과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대형 조선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상한가 19개 등 290개 종목이 올랐고, 하한가 없이 550개 종목이 떨어졌다. 63개 종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코스닥지수는 2.56포인트(0.48%) 내린 535.30을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코렌이 특허권 취득 소식에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거래 재개 이틀째를 맞이한 보광티에스가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빅뱅' 컴백을 앞두고 있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이틀째 급등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의 상승종목은 상한가 22개 등 364개, 하락종목은 하한가 1개 등 606개, 보합종목은 48개를 나타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0.4원 오른 1,131.9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