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코스피, 미 양적완화 실망감에 급락… 기관 매물 폭탄으로 2,020선 무너져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이틀 연속 오르면서 2,050선까지 치고 올라갔던 코스피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실망감에다 유로존 재정위기 재부각, 호주 무역수지 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 올들어 최대 낙폭인 3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특히 기관은 4천억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던져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0.67포인트(1.50%) 내린 2,018.61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연준의 일부 위원들이 추가 양적완화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는 소식과 스페인에 대한 국가 부채 우려가 맞물려 뉴욕증시가 하락마감한 영향으로 전날보다 2.39포인트(0.12%) 내린 2,046.90으로 시작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로 2,010선 후반으로 후퇴했다.

투자자별로 외국인은 70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4천64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월 16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다.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서며 1천706억원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3332억원 순매수, 비차익거래 1371억원 매도로 전체적으로 1천961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2월 공장주문과 3월 자동차판매가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지난밤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다수의 위원이 추가 양적완화에 미온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스페인이 4일로 예정된 35억 유로 규모의 국채 입찰을 앞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근래에 없는 최고치인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79.8%를 기록할 것이라는 정부 예상치가 나오면서 재정적자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소식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됐다.

이 날 장 중 발표된 호주의 2월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진 것 또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또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약해진 것도 코스피의 흐름에 부담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는 모두 하락으로 마감한 가운데 증권(-3.15%), 건설업(-3.03%), 섬유·의복(-2.79%), 은행(-2.36%)의 하락세가 두드려졌다. 화학, 기계, 통신, 서비스업종도 2% 이상 하락했다.

증권주 가운데 대우증권(-4.43%)과 대신증권(-4.39%)이 4% 이상 빠졌다.

이날 오후 페트로라빅 프로젝트의 사업비 축소로 대림산업(-5.16%)의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재빠르게 돌면서 대림산업(-5.16%)과 GS건설(-4.80%)이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는 등 해외 주수에 무게를 두는 건설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전날 강세를 나타냈던 조선주도 차익매물이 출회된 탓에 하락반전 했다.
정유주는 SK이노베이션과 GS가 2~3% 하락하는 등 유가하락 소식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주 역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장 중 135만1000원까지 오르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하락 반전에 전일 대비 1.12% 하락으로 마감했다.

역시 오전 장에서 26만3천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현대차도 상승폭을 반납하며 0.59% 하락했다. 기아차(0.00%), 현대모비스(-2.19%) 등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포스코(-1.71%), 현대중공업(-2.29%), LG화학(-2.57%), 하이닉스(-2.97%), SK이노베이션(-3.02%), S-Oil(-4.04%), 삼성물산(-2.63%) 등은 2~3% 하락했다.

하이닉스는 일본의 엘피다 인수 예비후보군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에 KB금융(1.65%)은 전일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KB금융의 보유 지분 1545만4067주(지분율 4%) 가운데 386만3517주(1%)를 블록딜한 데 따른 오버행 이슈가 해소되면서 이날 4% 가까이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다 1% 이상 상승 마감했다.

삼성생명(0.73%)과 한국전력(0.45%)도 올랐다.

주요 종목별로는 람보르기니라는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KT&G가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의 가격인상에 따른 반사 이익 기대감으로 2.2% 올라 사흘만에 반등했고, 제일기획이 2분기 광고시장 성수기가 다가옴에 따라 기대감이 작용하며 1.6% 상승했다.

SBS도 4월 광고판매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으로 5.9% 올라 이틀째 상승했다.

부산지역 총선 후보자들이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를 지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흥철강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영화금속이 7.0% 오르는 등 신공항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SK텔레콤(-3.16%)은 1분기 실적부진 우려에 사흘만에 하락했고, 베이직하우스(-6.42%) 역시 실적부진 우려에 6% 이상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7종목을 포함해 153개, 하락 종목은 하한가 1종목을 포함해 693개다. 보합은 50개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2.86포인트(2.49%) 내린 502.97에 마감했다.

주요 종목 가운데 서울반도체는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탓에 6.4%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 준비를 한다는 소식에 빅텍이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방위산업관련주가 상승했다.

코미코가 핵심 반도체장비 부품 국산화 성공 소식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전자저울 전문기업 카스는 중국 사업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며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한성엘컴텍과 와이즈파워, 루멘스가 6~10% 내리는 등 업황 부진 우려로 LED 관련주가 동반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11종목을 포함해 171개, 하락 종목 수는 하한가 3종목을 포함해 792개다. 보합은 45개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0원 오른 1,129.5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