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성훈 기자] 90조원대 규모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국가핵심기술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대형 아몰레드(AMOLED) TV 제조기술'을 빼돌린 경쟁업체 LG디스플레이 임원과 전·현직 SMD 연구원 등 11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SMD의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전 SMD 수석연구원 조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 기술을 빼돌린 SMD 전·현직 연구원과 경쟁업체 직원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조씨는 SMD에서 대형 아몰레드 TV 핵심기술인 SMS(Small Mask Scanning) 기술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다 2011년 11월 경쟁회사인 LG디스플레이로 옮겨 1억9천만원을 받고 이 제조공정 관련 비밀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또 당초 약속과 달리 임원급 입사가 무산되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접촉하면서 제조공정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불구속 입건된 SMD 연구원 B씨 등 5명은 경쟁사로 입사하거나 현직에 근무하면서 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제조공정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연구원을 영입하고 기술을 제공받은 국내 경쟁업체인 대기업 C사 임원 D(50)씨 등 4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SMD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에서 "수 년간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실패해 AM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양산에 애를 먹던 LGD가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대신 경쟁사 `기술 훔치기`를 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 OLED 시장의 97%를 석권하고 있는 삼성은 이번 기술유출로 시장의 3분의 1을 잠식당한다고 추정하면, 그 피해 규모는 5년간 최소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가 겸허하게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성의있는 사과와 스카우트한 인력에 대한 퇴사조치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이 같은 SMD의 요구에 대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LG와 삼성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력 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이런 현실을 무시할 경우 우수 인력이 대거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양사간 인력 이동은 업계의 관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3년간 LGD에서 경쟁사(SMD)로 전직한 연구원의 숫자가 회사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만 30명 이상이고, 2000년 이후로 누적 80명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LGD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며 "경쟁사에서 이번처럼 양사간의 인력 이동을 문제 삼는다면,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유출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제조공정 기술은 LCD에 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스스로 빛을 내며 응답속도가 LCD보다 1천배 이상 빨라 잔상 없이 자연색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SMS 기술은 TV용 대형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의 핵심 기술로 기존공정이 휴대폰 등 소형 제품 생산만 가능한 점을 개선, 대형 디스플레이 양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SMD사가 500여명의 연구원을 동원해 4년간 1조1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향후 형성될 90조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대형 아몰레드 TV시장을 선도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