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기불안 속 기준금리 10개월째 동결행진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불안과 경기둔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가운데 어느덧 기준금리가 10개월째 동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째 동결행진을 벌이게 됐다.

한은은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국내외 경기지표가 불안하고, 인하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걱정스럽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금통위는 국내 경기가 생산, 투자, 내수 등에서 약간의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금리를 조정하기에는 불안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대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계속된 감소세에서 1월 3.2%로 상승전환한 데 이어 2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전월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국외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 등 '브릭스(BRICs)'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지만 물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면서 201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통계상 물가지표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배추, 풋고추, 무 가격이 폭등하며 식료품·비주류음료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9%를 기록한 데다 쌀(14.4%), 설탕(13.2%), 우유(11.8%)도 크게 올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월세(4.9%) 등 주거비도 크게 올랐고,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휘발유(5.3%), 경유(6.0%), LPG(7.4%), 등유(7.4%)도 모두 올랐다.

전문가들은 물가나 경기불안 상태가 계속될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