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국내 최대의 인터넷 공룡기업 NHN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휘청거리고 있다.
2500~3000만명이 매일 사이트를 방문하고, 인터넷 포털 시장 점유율 70~80%대, 페이지뷰 점유율 40~50%대를 차지하고 있는 등 겉으로 보면 거대하고 화려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비대해진 몸집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은 멸종당한 공룡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인터넷 검색시장에만 지나치게 매달린 결과, 모바일 시장 등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NHN은 일본 시장 공략과 모바일 부문 사업 강화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NHN 위기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NHN은 10일 연결기준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1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영업이익 1650억~17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온라인 게임부문 실적 저조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실적 부진은 이번 1분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NHN의 영업이익은 최근 4년 동안 40%(2007년)에서 20%(2011년)로 반토막이 날 정도로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실적이 나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함께 위기를 타개해가야 할 임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3월 사내 강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며 벤처정신과 도전정신을 잃은 직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해진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지난달 15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로 ‘NHN 위기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다.
실제로 NHN은 셔틀버스 시간을 핑계로 업무 마감 전에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자 셔틀버스를 없애는 결정까지 내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에는 한 여직원이 수십억 원을 횡령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NHN이 올해 초 자체 감사에 의해 구매부서 여직원 A씨가 PC 등의 물품 구매금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36억 원가량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
이에 따라 NHN 내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지 않나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HN은 그동안 다음과 네이트 등 국내 경쟁자는 물론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마저도 초라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인터넷 시장점유율을 내세워 승승장구해왔지만, 이것이 독이 돼 시장의 흐름을 놓치면서 SNS, 모바일 시장에 대한 대응에서 뒤쳐지고 말았고, 직원들 또한 최대 인터넷 기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젊고 신선한 인터넷 기업답지 않게 낡고 병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회사의 미래에 대한 우려 탓인지 핵심 인재들도 줄줄이 NHN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말 정욱 전 한게임 대표대행이 회사를 떠났고, 홍은택 전 부사장도 지난 3월 퇴직했다.
또 최성호 NHN 서비스본부장, 위의석 NHN 한게임 S사업본부장 등 핵심 임원들도 사퇴를 준비하고 있다.
자회사의 모 대표 등도 사직을 계획 중이고, 일반 직원들도 소셜커머스 업계 등으로 속속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선정적·광고홍보성 기사들에 대한 검열을 명목으로 언론사들에 대한 뉴스캐스트 계약해지나 뉴스검색 차단 등으로 수많은 언론사들마저도 적으로 만들고 있다.
피해를 입은 언론사들은 현재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네이버의 이 같은 조치가 공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NHN이 이 같은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날 NHN는 1분기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주가가 3.73%나 크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