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34.5%의 고농도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를 혼합한 불법 치아미백제를 사용해 불법 치아미백시술을 해온 국내 최대 규모의 치과그룹이 경찰에 적발됐다.
국내 허가받은 치아미백제는 총 44종류로, 이 중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에도 과산화수소가 15% 이상은 함유될 수 없다. 이 치과그룹은 기준치의 2배 이상 농도인 과산화수소를 사용해온 것. 당연히 이것으로 치아미백시술을 받은 이들은 이가 시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들은 무료시술을 해준다며 선심 쓰듯이 치아미백시술을 행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홍보 효과도 높일 수 있었지만, 실상은 소비자들을 완전히 우롱했던 것이었음이 이번 적발을 통해 드러나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병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전문 치아미백제가 아닌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해 사용한 유디치과그룹 산하 병원장 박모(35)씨 등 산하 치과의사 및 상담실장 42명과 불법 치아미백제 제조방법을 알려준 치재료 납품업체 대표 정모(60)씨 등 4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 해당 치과그룹의 21개 지점은 지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업용 과산화수소수(34.5%) 2~8방울과 치아연마제로 사용되는 브라이트 파우더(치아연마제로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혼합해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은 또 인터넷 등을 통해 '무료미백 이벤트' 행사를 열고 치과병원을 찾아온 응모자들에게 무료로 치아미백을 해준다면서 불법 치아미백제를 치아에 도포하는 수법으로 치아미백 시술하면서 홍보 효과를 높이고 호감을 얻은 후 이들에게 임플란트 등 치과진료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치재료 납품업체 대표 정모씨(60) 등은 자신이 납품한 34.5% 농도의 공업용 과산화수소수가 치아미백제 재료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각 치과병원에 1병당 9000원~1만원에 납품하고, 제조방법도 치과병원장 등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무허가 치아미백제 제조방법을 알려주면서 "불법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환자가 이가 시리다고 호소할 경우 사리돈을 처방해 주면 된다" 등 대처방안도 함께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11일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유디치과그룹 대표 김종훈(46)씨에 대해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김 대표는 저렴한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사용하기로 하고 그룹 산하 치과병원 111개 지점에 34.5% 농도의 공업용 과산화수소수 등을 공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21개 지점이 1년에 100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무허가 치아미백제로 미백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에게 치아미백시술을 받은 환자는 총 4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납품받은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분류되며 종이 펄프 표백, 섬유 표백, 폐수처리 약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치과의사들은 미국에서도 34.5%의 과산화수소가 함유된 치아미백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적발된 치아미백제의 경우,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며,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과산화수소 6% 이상의 혼합물질은 유독물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이 만든 치아미백제를 분석한 결과, 과산화수소가 31%~36%까지 함유됐다면서 해당 치아미백제 섭취 시에는 입, 목, 식도에 심한 자극과 약품화상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불법 치아미백제로 시술받은 환자들은 과도한 표백으로 이가 시린다며 호소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를 이용해 무허가 치아미백제를 제조·시술하는 행위가 상당수의 치과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정씨 등이 납품한 공업용 과산화수소수(34.5%)는 500ml로 약 1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치아미백제 제조가 가능하며,
치과그룹 산하 치과병원 지점 116개소(과산화수소수 207통, 브라이트파우더 1380박스)와 일반 치과병원 560개소(과산화수소수
115통, 브라이트파우더 9578박스)에 각각 납품된 것으로 알려져, 다른 치과에서도 불법 치아미백제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범죄단속법령은 약사법의 특별법으로 약사법위반에 해당하는 범죄 중 특히 인체에 현저히 유해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범죄를 가중해 처벌하기 위한 법령"이라며 "하지만 '현저히 유해'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유독물을 사용한 치아 미백제 제조를 가중처벌할 수 없어 관련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