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실상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두 기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를 적용한 과세 판결에 대해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와 AK리테일 등 2개사는 이 부칙을 근거로 부과한 법인세에 대해 대법원이 합당하다고 판결해 최종 패소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1993년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되면서 입법 과오로 감면혜택을 되돌리는 부칙 23조가 사라졌지만 해당법의 입법취지를 볼 때 부칙의 효력이 없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1993년 법 개정으로 실효된 해당 부칙을 효력이 있다고 해석해 국세청의 인세 부과 결정이 합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조세법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실효된 조항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일종의 입법행위가 돼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 1990년 기업 상장을 신청한 뒤 자산재평가를 통해 조세감면규제법 56조에 따라 감세혜택을 받았지만 이후 2003년 상장을 포기하자 국세청이 그동안 감면받은 법인세 707억 원을 내놓으라고 하자 소송을 냈다.
상장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선 자산재평가를 통해 감세 혜택을 주되, 상장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세제 혜택을 내놓아야 한다는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가 법인세 부과의 근거였다.
그러나 문제의 부칙은 93년 전면 법개정에선 사라졌다.
이번 헌재 결정은 문제가 된 법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진 것이지만, 사실상 대법원의 법 해석에 대한 위헌 여부를 따진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우리 법 체계상 법률의 최종 해석권은 대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이 불가능하지만, 위헌법률을 근거로 한 판결을 대상으로 할 경우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위헌 결정을 받아낸 GS칼텍스 등은 우선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한 재심을 거부할 경우, 이번엔 GS칼텍스 등이 곧바로 예외적으로 허용된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법기관 간의 위상 논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