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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돈 좀 풀어요 우리 다 죽어요"… 유로존 각국 비상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수용한 뒤에도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기는 커녕 갈수록 불안감이 증폭되자 유럽의 시선이 메르켈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

"빨리 나서세요. 메르켈(Schnell, Frau Merkel)."

이탈리아 유력 경제지 '일솔레 24오레'는 12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독일어로 표시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6개월래 최고치인 6.15%까지 뛰어올랐다. "이탈리아도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금융시장에 확산된 영향이다.

이런 국가 위기상황에서 이탈리아 유력 언론이 자국 총리가 아닌 독일 총리에게 "빨리 대책을 세워달라"고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이다.

"독일이 돈지갑을 열어야 궁지에 몰린 이탈리아가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 그리스의 분노와 스페인의 상처받은 자존심, 이탈리아의 불안을 모른 채 하지 말아달라"며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더 이상 유럽연합(EU) 차원의 '위기 대처법'은 믿을 수 없으며, 유럽 최대 돈줄인 독일이 나서야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2일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6.83%까지 올라 그리스 등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아들인 시점인 7%에 육박했다.

반면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부실 국가의 부채를 자국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프랑스 등이 요구하는 유로본드 발행과 유로존 은행 예금에 대한 공동보증에도 반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2일 "이런 조치(유로본드 발행 등)들은 더 큰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