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LG그룹이 계열사를 축소하기로 하고 각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재계에 '다운사이징 광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계열사를 64개에서 57개로 축소키로 하는 방침을 세우고 각 계열사별 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LG상사의 와인 수입 자회사인 트윈와인에 근무하던 직원 40여명이 해고 통지서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 LG상사는 이외에도 카메라 유통 계열사인 픽스딕스를 청산했고 와인 유통회사 지오바인을 매각 중이어서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계열의 광고 지주회사인 지투알도 옥외광고 대행업체 지아웃도어와 벅스컴애드를 청산하거나 산하 다른 광고대행사와 통합시킬 예정이다.
또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바이올렛드림(옛 보브화장품)은 지난 3월 화장품 도·소매업을 하던 계열사 플러스원을 흡수합병했다.
LG그룹의 구조조정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불황 심화 우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LG그룹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올들어 근본적인 체질 변화로 시장을 선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별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에 따른 차원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장기 불황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도 인원 감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GS칼텍스는 고유가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국내 정유 영업환경을 감안해 14년만에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국내 영업환경이 달라지면서 영업조직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영업직 대상 70여명 가량 규모로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아울러 최근 마케팅, 기획, 판촉 등과 관련된 영업 스텝 조직 6개팀도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에 민감한 항공업계 역시 구조조정에 발빠르게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근속연수 15년,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희망퇴직자를 접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불과 8개월여만이다. 규모는 약 50명으로, 대상자에게는 월급 2년치가 지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고유가와 세계 경기 불황에 대비한 몸집 줄이기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 1분기 98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자동차업계도 인력 감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GM은 지난달 21일부터 약 한 달 간 부장급 이상 간부급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009년 이후 3년만이다. 이달 16일까지 접수를 받은 결과 전체 대상인원의 12%인 10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도 줄을 잇고 있다.
조선·해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STX그룹은 최근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자회사인 STX OSV 매각 및 STX에너지 상장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성동조선해양도 채권단 주도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한 원가절감 등 사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구조조정 태풍이 상륙했다. 구조조정은 전기전자, 정유, 항공,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신흥 국가 위기가 현실화되면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