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로 이득금액이 300억 이상이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가중처벌 되는 등 증권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대폭 상향된다.
지난해 ELS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대우증권 등과 ELW 거래에 있어 스캘퍼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사장들에게 당장 적용될 예정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18일 증권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하루 뒤인 19일 금융감독원도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일부 상장사의 최대주주 등이 작전세력과 연계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시세조종과 내부자거래의 유혹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실형 선고가 권고되도록 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대표가 “(주가조작으로 회사 주가가 올라) 회사에는 오히려 이득이었으니 배상금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가 2심에서 패소했다.
이 전 대표는 1999년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2003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현대증권은 벌금 70억원과 함께 현대전자 소액주주들에게 8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줬다.
현대증권의 소액주주들 역시 “이 전 대표의 불법행위로 현대증권이 손해를 봤다”며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전 대표가 265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확정 판결 뒤 자신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이뤄지자 “부당하다”며 다시 소송을 냈다. 자신의 주가조작으로 현대증권은 148억여원의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벌금 70억원을 제하고도 78억원의 실질이익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가 입은 실질적인 손해가 없는 만큼 재산 강제집행에 따른 손해 7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증권이 이 전 대표의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얻었더라도 이후 낸 벌금액 상당의 손해가 직접 갈음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를 인정한다면 주가조작이라는 범죄 행위를 한 사람의 주장을 시인하고 보호해 범죄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돼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현대증권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청구도 “소액주주들이 낸 대표소송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현대증권에서 이 소송 제기를 교사·방조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한편 2010년 한국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지목한 사건 338건 중 금융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것은 138건이며, 이 중 기소된 것은 18건에 불과하다. 혐의 사건의 5% 수준이다.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처음 혐의를 포착한 뒤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한다. 이후 검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한 뒤 기소하면 법원이 법률에 규정된 양형기준에 따라 판결한다.
결국 금융당국이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법원이 양형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해도 중간 단계에 있는 검찰의 낮은 기소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증권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