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2007년 ‘더사우스컴퍼니’를 세웠다. 이노션은 지난해 ‘더캠페인랩’을 만들었다. 두 별동대는 본사와 별개의 독립 사무실을 쓴다. 더사우스컴퍼니는 서울 이태원동의 제일기획 대신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인근에, 더캠페인랩은 서울 역삼동 이노션 사무실 인근에 사무실이 있다.
이들은 조직상 하나의 부서이지만, 영업은 독립 법인처럼 하고 있다.
A기업은 올해 초 더사우스컴퍼니로부터 광고 입찰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기업 관계자는 “더사우스컴퍼니 관계자가 찾아와 ‘사무실도 강남에 있고 제일기획과 분리돼 있어 기업 비밀은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A기업의 경쟁업체인 B기업의 광고를 맡고 있지만, 더사우스컴퍼니는 별도 조직이어서 별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노션 역시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현대캐피탈의 광고를 독식해와 다른 금융권 광고를 따내지 못했지만, 더캠페인랩을 통해 경쟁업체 광고 수주에 나서고 있다.
두 회사가 매출 늘리기에 혈안인 배경에는 ‘재벌 3세 딸’들의 경쟁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제일기획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이노션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일한다.
한 광고 전문가는 “두 회사 모두 재벌 3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제일기획은 3세 경쟁 속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매출을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비상장 기업인 이노션도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향후 상장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매출을 늘리는 데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광고협회가 발표한 ‘2011년 광고회사 취급액 현황’을 보면 20위 안에 토종 독립 광고업체는 찾을 수 없다. 10위권에서는 8곳이 대기업 소속이고, 나머지는 외국계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싹쓸이하는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행태를 두고 할 말을 잃고 있다.
한 광고업체 관계자는 “독립 광고회사를 살리려면 일정 금액의 광고 입찰에는 대기업들이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