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
현대·기아차는 25일 해외 법인장 회의를 열고 하반기 글로벌 생산 판매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특히 이번 법인장 회의는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의해 예정보다 한달 앞당겨 실시하는 것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를 차단하고 시장별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전에 위기 대응을 철저히 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잘해 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어슈어런스 등 창의적인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 유럽위기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현대·기아차가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타 지역으로 전이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외 시장별 상황 변화를 감안한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며 "어려울수록 고객과 품질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시장 전략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독려했다.
정회장은 이달 초 유럽 시장 대응책 모색을 위해 현지에 현대·기아차 경영진을 급파하고, 경영진에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각각 각사 판매 및 생산법인을 방문해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등 유럽위기 진화에 나섰다.
▲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
현대차가 올 초 대표적 유럽형 모델인 신형 i30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중 i20 개조차, 신형 싼타페 등 전략 차종을 잇달아 출시할 계획인 점을 감안해 위기 속에서도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창의적 마케팅 전략을 모색했다.
이형근 부회장도 현지 법인장들과 함께 판매 확대 및 위기 돌파 방안을 논의한 후 슬로바키아공장을 찾아 올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유럽 전략 차종 씨드의 생산라인을 직접 살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을 연이어 방문해 유럽 생산, 판매, 마케팅 전략을 집중 점검하고 위기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지역 직영체제 구축을 통해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치고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강화해 유럽차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유럽 자동차 판매는 564만1371대를 기록해 지난해 608만4990대 대비 7.3%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5월까지 32만724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28만2917대 대비 15.7%나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점유율도 5.8%를 기록해 올해 처음으로 6%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며 296만9928대를 판매해 전년 262만2843대 대비 13.8% 증가했다.
이같은 선전 속에 정회장이 해외 법인장들을 소집한 것은 유럽 위기로 인해 유럽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판매 위축으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차 시장 수요가 급락했을 때 현대·기아차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위기를 돌파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유럽 자동차 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전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금융위기 때는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산업 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폐차 지원 제도 등 수요 확대 정책들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재원 부족으로 인해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번 지시는 지금까지의 판매 증가에 안주하지 말고 품질 및 브랜드 등 내실 강화와 고객 만족 극대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는 있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향후 경영 성과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