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주식시장이 1분기 유동성 장세를 지나 2분기 실적장세로 접어들었지만 소수 코스피 종목만 실적 호전을 보이고 있어 2분기가 실적장세는 고사하고 '어닝쇼크'가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그나마 실적호전 종목으로 뽑힌 삼성전자, 기아차 ,한국타이어, 오리온 등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현대증권이 꼽은 2분기 실적 호전 예상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기아차, 한국타이어, 오리온, GS리테일 등이다. 반면 소재업종의 실적은 나빠질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호남석유, 풍산 등이다. 또 아시아나항공, KT, LG유플러스, 이마트, 제일기획 등의 경기 민감주도 이익이 감소할 업종으로 꼽혔다.
이정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 실적 하향세가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주가가 이미 싸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 세계 주식 가격은 앞으로의 실적에 대한 우려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며 “가격 거품이 거의 꺼져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기업 실적 추정기관인 IBES(Institutional Brokers Estimate System)의 자료를 인용해 “선진국 기업 실적 추정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신흥국 시장의 실적 추정치도 13개월째 하향세”라고 밝혔다. IBES는 글로벌 정보 사업자인 톰슨로이터의 산하 기관이다. 전 세계의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기업 실적 전망을 데이터화해 세계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다.
IBES에 따르면 12개월 뒤 주당순이익(EPS) 기준 세계 기업 실적 추정치는 5월에 전달보다 0.6% 떨어진 데 이어 6월에도 0.82%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EPS는 지난해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올 4월 반짝 플러스로 돌아섰었다.
그러나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2개월째 마이너스다. 이는 그간 버텨 오던 미국·독일·일본 기업의 실적(추정치)마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간 호황이었던 정보기술(IT)업종의 이익이 줄면서 전체 이익추정치가 낮아졌다. 금융업종의 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무디스가 세계 15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조달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독일은 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IT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았다. 하지만 6월 들어 경기에 민감한 소재 업종의 실적이 크게 나빠져 4개월 만에 추정치가 0.69% 하락했다.
물론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금융 업종의 추정치는 16개월 연속 내림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기업도 선진국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6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 이머징마켓 지수의 12개월 예상 EPS는 한 달 전에 비해 0.69% 떨어졌다. 13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세계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떨어지자 브라질(-3.15%)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6월 12개월 예상 EPS는 0.41% 낮아졌다. 지난 1분기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은 2% 늘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소수의 기업 덕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10%가량 줄어 사실상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은 2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1분기(영업이익 5조8500억원)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내놓은 갤럭시S3 등 스마트폰이 잘 팔리고 반도체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코스피 기업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현대증권은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4.6%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는 어닝 서프라이즈보다 어닝 쇼크로 볼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유동성 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실적 장세는 내년 또는 그 다음 해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