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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등 15개 오너기업, 지분구조 '복잡·불투명'… 환상형 상호출자구조로 계열사 지배

[재경일보 조창용 기자] 10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총수를 중심으로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총수가 있는 재벌계열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가 총수 없는 기업집단 보다 2단계 이상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재벌 대기업은 계열사들끼리의 복잡한 지분 출자를 통해 기업집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대기업집단의 주식 소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은 55.7%로 지난해보다 2.2%p 늘었나 최근 2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집단 소속 전체 계열회사의 자본금 가운데 동일인과 친족, 계열회사 등 내부자의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인 내부지분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총수의 경영권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반면에 1993년 3.5%에 달했던 총수의 지분율은 올해 처음으로 1% 미만인 0.94%로 줄었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간 출자를 통해 대기업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이 심화했다는 얘기다.

63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3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6.1%였다.

내부지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삼성으로 16.6%p, 이어 부영 10%p, 웅진 7.4%p 순 이었다.

43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1565개 가운데 73%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여서 총수들이 자신이나 친족 보유 지분없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총수가 기업집단 전체 계열사의 경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재벌의 중소기업 영역 잠식이나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가 공개한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지분도에 따르면 총수있는 43개 기업집단은 평균 30.4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출자구조가 4.4단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있는 기업집단들은 주로 수평·방사형의 복잡한 소유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집단은 대부분 계열사간 상호 출자로 기업 지배구조가 유지되는 환상형 출자 형태였다.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동부,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동양, 현대산업개발, 하이트진로, 한라 등 15개 기업집단 등이 이런 형태의 소유 지분구조를 나타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금호아시아나·웅진·태광 등이 환상형 출자구조를 해소한 반면 한화와 한라가 새로 편입됐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을 거쳐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계열사 출자구조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기업집단 전체의 지분구조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롯데(핵심지배회사 롯데쇼핑)와 한진(한진), 한화(한화), 동부(동부건설), 영풍(영풍), 동양(동양), 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 등도 하나의 회사를 주요 축으로 그룹 출자구조가 형성된 기업집단으로 평가받았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 현대, 현대백화점은 뚜렷한 핵심회사 없이 다수의 계열사 끼리 상호출자된 다핵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 대림, 하이트진로, 한라 등은 3개 계열사 끼리 출자구조를 유지하는 단순 삼각구조다.

총수있는 기업집단 중에서도 지주회사 체제인 집단은 일반 집단에 비해 단순하고 투명한 출자구조다. 지주회사 체제인 집단의 출자구조는 일반 비지주집단(5.03단계)에 비해 단순한 평균 3.21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주회사 체제인 기업집단은 SK, LG, GS, 두산, LS, CJ, 부영, 한진중공업, 웅진, 코오롱, 하이트진로, 대성, 세어, 한국투자금융 등이다. 이들 집단은 지주회사 체제내 출자구조를 3단계(지주사→자회사→손자회사→100%증손회사)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다.

총수있는 기업진단과 달리 총수없는 기업집단은 평균 계열사수가 13.3개에 그치며 평균 출자단계도 1.8단계다. 이중 공기업집단은 계열사수가 평균 7.58개에 불과하고 계열사 간 출자 단계도 1.67단계에 그치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 KT 등은 계열사 수가 늘어나고 출자단계가 복잡해지는 등 기업지배구조가 총수있는 기업집단과 비슷해 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8년 31개인 계열사 수가 올해 70개로 급증했고 출자단계도 같은 기간 3단계에서 4단계로 복잡해졌다. 골프장운영회사 2개, 보험중개사 1개, 광고대행사 1개 등이 늘어났다.

KT도 이 기간동안 부동산업, 자동차리스업 등에 진출해 계열사 수를 29개에서 50개로 늘렸다. 대우조선해양도 음식업 및 주점업, 상조업, 부동산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출자단계가 2단계에서 3단계로 높아졌고 계열사수는 지난 5년동안 8개에서 19개로 11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