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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3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P 전격 인하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전격 인하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5월 3.0%에서 6월에는 3.25%로 인상된 뒤 13개월 연속으로 동결되어왔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금리인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월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통합 은행감독기구를 설립하고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원칙이 정해졌으나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는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각국 실물경제로 옮겨져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인민은행은 한 달 만에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또다시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세계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처럼 중국을 비롯해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데다 국내 경기도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실물 경기 흐름은 지난 5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해 일시적인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증가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고,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모두 하락했고,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올해 1분기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8개월 연속으로 4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수가 지난달 30만명대로 내려앉으며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고용지표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하 결정은 최근 들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와 물가에 적잖은 압박이 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 원이다. 이 가운데 100조 원의 만기가 연말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연일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저신용자 신용등급 세분화 등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가계부채 연착륙은 더욱 쉽지 않게 됐다.

또 국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째 3.7%로 여전히 높고 체감물가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까지 잠재해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와 물가 압박이 현실화하면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운용을 둘러싸고 `실기론'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가 가계부채와 물가보다는 국내외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내렸다고 본다"면서 "가계부채와 물가 압박이 거세지면 한은의 금리·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