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워크아웃을 앞두고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환기업이 이를 철회하는 방안을 두고 채권단과 협의에 착수했다.
1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채권단과 삼환기업은 이날 오후 금감원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금융권의 지원방안이 마련되면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환기업이 이날 오전 이번 주 120억원 어치 어음의 만기가 두 차례 돌아오지만 현재 보유한 현금이 54억원에 불과해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공시하자 양측이 긴급회의를 갖고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위한 협의에 나선 것.
채권단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등 700여개 거래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관리가 개시되기 전 이를 철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삼환기업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삼환기업 관계자도 "타이밍이 안 맞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일 뿐이다"며 "자금이 지원되면 언제든지 신청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오는 19일 채권은행협의회를 열고 긴급 자금을 300억원 이상 수혈하는 방안 등 삼환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정한다.
일단 법원의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채권 행사가 동결돼 어음 만기를 넘길 수 있게 된 만큼, 채권단의 만족스러운 자금 지원방안이 마련되면 삼환기업은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 LIG건설이나 진흥기업처럼 아무런 언질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반복된 탓에 채권단과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단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고 기업을 정상화하는 게 워크아웃의 취지인데, 일부 대기업이 이를 무시하는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는 삼환기업이 대주주의 횡령·배임 등 중범죄가 없으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통합도산법을 이용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이를 채권단 압박용으로 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금융회사 대출뿐 아니라 모든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는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