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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벌제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행 뿌리 안 뽑혀… 의·약사 5600명 적발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정부가 의약계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을 동시에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했지만 이후에도 불법 행위가 계속돼 무려 5600명의 의·약사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 규모는 115억원에 달하지만, 이들이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적발돼도 수수액이 300만 원 이하이거나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끄는 수법을 쓰는 탓에 실제 행정처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약품 유통과정에 쌍벌제를 도입한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의사는 3069명, 약사는 2565명 등 총 5634명의 의료인이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적발됐으며, 이들이 리베이트로 챙긴 금액은 조사된 것만 총 115억~116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들 5634명 가운데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은 58명에 불과, 검찰과 경찰이 어렵게 적발해도 처분으로 이어지는 건 전체 적발규모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이 저조한 행정처분에 대해 "한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많게는 수 천명의 의료인이 리베이트 수수자 명단에 오르지만, 수수액이 300만원 이상이거나 사법처리 결과가 확정된 경우만 행정처분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처분 대상을 리베이트 수수액 300만원 이상으로 정한 것은 2005년 대법원 판례와 국민권익위원회 고발기준 등을 감안한 것으로, 이 같은 기준으로 인해 적발된 5천634명 중 행정처분이 가능한 대상은 고작 771명에 불과했다.

또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적발된 업체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어 실제 행정처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제약사는 대부분 소송을 하는데, 제약사에 무혐의가 내려질 경우 수수자인 의료인 역시 처벌하기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발 단계에서 제공자뿐 아니라 수수자도 일일이 조사해 넘겨주면 직접 처분이 가능하지만, 수수자 명단만 통보 받는 현재로서는 법원의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 58명 중에서도 쌍벌제가 적용된 의료인은 의사 8명, 약사 2명 등 모두 10명뿐이다. 또 지금까지 쌍벌제를 적용받은 10명 중 9명은 벌금액이 500만원을 넘지 않아서 기존과 같은 면허정지 2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벌금형 800만원을 받은 의사 1명만 기존보다 연장된 면허정지 4개월을 받았을 뿐이다.

나머지 48명은 리베이트를 받은 시점이 쌍벌제 도입 이전이어서 기존 의료법에 따라 리베이트 액수와 상관없이 면허정지 2개월에 그쳤다.

쌍벌제는 리베이트로 받은 액수에 따라 벌금형에 처하고, 벌금 액수에 비례해 면허정지 기간을 2~12개월로 차등적용하는 제도로 처벌이 강화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보다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실제적인 처벌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