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제주 올레길 40대 여성 관광객을 살해한 후 손을 잘라 피해 여성의 운동화에 담아 유기 현장에서 수십㎞ 떨어진 버스정류소에 가져다 놓는 엽기적 범행으로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피의자 강모(46)씨의 두 얼굴이 또 다시 한 번 전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강씨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몰아넣기에 충분한 흉악한 죄를 범했지만 강씨의 어머니와 주민들은 효자에 착한사람이었다고 증언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25일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노상에서 소변을 보던 자신을 본 피해자가 성범죄자로 오인해 신고하려 하는 것 같아 이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으로 다른 살해 동기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경찰도 이 같은 범행 동기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목격자가 피의자 강씨를 봤다는 올레 1코스에서 1km가량 떨어진 지점과 범행장소로 보이는 올레길 중간의 무밭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데다 피해 여성이 상의와 위 속옷이 벗겨진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발적 살해였다면 더 곤혹스럽다. 사람을 너무나 쉽게 살해를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죄를 범하지 않았다면서도 단지 신고가 두려워 살인까지 했다는 것은 생각하면 더 끔찍한 일이다.
또 매장했던 시신에서 손을 자른 뒤 피해 여성의 운동화에 담아 유기 현장에서 18㎞ 떨어진 만장굴 입구 버스정류소에 갖다놓은 것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는 이른바 '사이코패스'로 추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들어오며 압박감을 느껴 수사에 혼선을 주고자 그랬다"고 진술했지만, 전문가들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경우로 꼽고 있다.
또한 피의자 강씨는 살해 당일과 그 다음날, 시신을 훼손한 날 등 모두 3차례나 시신 유기 현장을 찾는 대담함도 보였다.
이 정도면 일반인으로는 볼 수 없는 흉악한 범죄자의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강씨의 범죄 행각이 주변의 평판과는 너무도 다른 행동이라는 점이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먼저 아들의 살해 소식에 대해 팔순을 바라보는 강씨의 어머니는 "그 아이는 평생 나를 위해 살아왔다"며 범행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15년 전쯤 원양어선을 타면서 고생해 번 돈을 내 암 수술비에 다 쓰려 하기에 말렸더니 '돌아가시더라도 수술은 해보고 돌아가셔야 한다'며 나를 수술시켜 이렇게 살 수 있게 해줬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또 "아들이 몇년 전 사업 실패로 큰돈을 잃고 마음고생 한 뒤 밖에 자주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TV만 보며 조용히 지냈다"며 "언제 집 밖에 나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생을 살아온 동네에서도 강씨는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강씨의 엽기적인 범행 소식에 주민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의 이웃 주민인 A씨는 "말수도 적은 편이었고 순하고 착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B씨 역시 "워낙 밖에 나오질 않아 그저 조용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다"며 강씨의 범행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강씨는 어머니가 보기에 효자에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조용하고 착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내면에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기에 충분한 흉악한 살인범의 모습이 내재되어 있었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조용하고 착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최근 들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