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유럽 재정위기에 주가·환율·금리 등 한국 금융지표 일제히 '빨간불'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지표들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공세 속에 25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채권 금리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해 1,150원을 넘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 양대축인 중국과 미국 경제를 흔들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한계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위기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국고채 1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현지시간) 7.5%를 넘어서는 등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탈리아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6.5%대까지 치솟으면서 덩달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고채 만기는 10월에 몰려 있다. 이들 국가가 10월에 상환해야 할 국고채 규모는 775억8천200만유로에 달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독일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치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에게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창목 수석연구원은 "현재 한국 경제에는 유로존 문제가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유로존 방화벽 구축으로 더디게라도 경기가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 문제는 만성 질환처럼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외국인 엑소더스에 코스피 급락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코스피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약세장 조짐이 나타난 지난 3월말 이후 이달 24일까지 무려 10.9%나 하락했다. 이는 위기의 근원지인 피그스(PIIGS) 5개국과 러시아(-19.8%), 브라질(-18.4%), 일본(-15.8%) 정도를 제외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 4.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5.1% 등의 하락률에 비해 낙폭이 상당히 크다.

또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 21.26까지 치솟았다. 연중 최저점인 5월3일의 16.02에 비해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코스피가 1,800선이 붕괴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아 주식 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1,000선을 넘어 의미있는 수준에 도달한 이후로 PBR가 1배 밑으로 떨어진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역사적으로 단 한 번뿐이다.

코스피가 이처럼 폭락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공세에 나선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4월에 5960억원, 5월에 3조3850억원, 6월에 5470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4일까지 848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이달에는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영국계(-4천301억원)와 미국계(-3천461억원) 자금마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가 생겨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외국인들은 현금화가 쉬운 한국 주식부터 팔았다"며 한국은 또다시 글로벌 ATM(현금인출기)이 됐다"고 진단했다.

◇ CDS 프리미엄 다시 이상 조짐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정부 발행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이달 들어 115bp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24일 현재 131bp(베이시스 포인트.1bp=0.01%)까지 치솟아 다시 안정권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를 내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파생상품으로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프리미엄이 커진다.

◇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채권금리 사상최저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에는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몰리면서 채권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졌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마저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질 기세다.

채권 금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폭락하기 시작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당일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진 이후 불과 9거래일 만에 2.78%까지 추락했고, 5년물 금리는 이보다 4거래일 후인 지난 18일 기준금리와 역전됐다. 10년물 금리도 3.01%로 기준금리에 바짝 다가서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증권 박혁수 채권전략팀장은 "국고채 10년물은 물론, 20년물 금리도 기준금리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장기금리가 추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에 대한 전망이 안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환율 다시 1,150원대로 치솟아

이달 들어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1,130원대까지 하향안정됐던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자금 이탈 등으로 다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1,15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Statcou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