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내년부터 서울의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는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20조4항)을 법적 근거로 한 '강제 분리 배정' 조항을 신설한 2013년도 고교 신입생 전형요강을 최근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같은 강제 분리 배정은 2월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종합 대책에서 처음 언급됐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올해 12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원서 접수를 하는 2013학년도 일반고 전형에서 일단 가(假)배정을 한 뒤 각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위원회(폭대위)에서 학교폭력 가해자·피해자 명단을 넘겨받아 비교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고교에 배정된 것으로 확인되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를 '충분히 거리가 떨어진' 다른 학교로 옮기고 나서 최종 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때 가해자는 폭대위가 폭력의 정도가 심해 해당 중학교에서 전학을 시킨 경우에 한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계고 지원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의무사항으로 당사자 의사와 관련이 없다. 분리 배정 학교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여야 '충분히 거리가 떨어진' 것인지 피해학생의 보호 등 조건을 고려해 곧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학생들이 개별 지원하는 특수목적고(외국어고·예체능고 등),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폭력 피해자가 이런 학교에서 가해자를 만나면 학교 폭대위를 통해 가해자의 전학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합격 취소'가 걸린 사안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지원 고교를 서로 몰라 같은 학교에 들어오는 일이 생길 수 있지만, 개인의 학교 선택권까지 제도로 제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관계자는 "분리 배정이 적용 안 되는 학교도 2차 가해를 가중 처벌하는 제도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