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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발기부전 고령자 직접적 증거 없으면 성폭행 유죄 인정 어렵다"

[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성폭행 사건 피고인이 고령에다 심한 발기부전 증세를 보였다면 직접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9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7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령에 심한 발기부전 증세가 있다는 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오랜 기간 당뇨병 치료를 받아 심한 발기부전 상태로 확인됐다"면서 "실제 병원에서 발기유도제인 씨알리스를 투약해 검사했지만 반응을 찾아볼 수 없었고 유도주사를 투여한 뒤 측정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 피해자 주장과 같은 질내 삽입은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강간의 증거로 제출한 질염 진단은 성적 접촉 외에 속옷, 변기, 수건 등에 의해 전염될 수도 있어 100% 성교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무죄 판단의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04년부터 자신의 과수원에서 일하던 장애인 부부의 딸을 부모 보호·감독이 느슨하다는 점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성추행·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9세이던 피해자를 성추행하고 15세 때인 2009년에는 과수원 내 컨테이너 박스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으나,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