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사별 보수가 현재 수준보다 크게 낮아진다.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보수 인하를 포함한 ETF와 제도개선과 관련한 논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상장지수펀드(ETF) 보수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국내 ETF 시장을 키우려는 의도 못지않게 ETF 보수율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조치가 나오면 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보수율 인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수인하를 포함한 ETF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운용보수가 낮아지면 ETF 후발 운용사들이 낮아진 운용보수를 연결고리로 투자자들을 더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더 나은 상품 운용을 통해 원가수준의 상품을 제공하더라도 충분히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지수만 추종하는 데 불과한 ETF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당국의 개혁 방안에 포함됐다.
보수 인하는 코스피를 단순 추종하는 인덱스(Index) ETF를 기준으로 0.10%에서 0.20%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인력 구성이 좀 더 복잡하게 이뤄져 기본 보수 수준이 높은 레버리지 ETF는 인하 여력을 고려할 때 인덱스 ETF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침을 정하고 한국거래소와 자산운용업계가 협의해 결정하는 만큼 운용사별로 보수 인하 수준이 차별화될 가능성은 있다.
◇평균 보수율 0.41%… 추가인하 여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129개 종목의 총보수율은 연평균 0.41%다.
설정액 규모가 큰 종목 중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같은 파생형 상품의 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자산운용의 코세프 인버스 ETF의 총보수율이 연 0.83%로 가장 높고,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의 총보수율은 각각 0.79%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킨덱스 인버스 ETF는 총보수율이 연 0.30%로 상대적으로 낮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ETF의 보수율도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금속선물(H), 금은선물(H), 농산물선물(H), 원유선물(H) ETF의 총보수율은 모두 연 0.70%다.
파생형이나 원자재 ETF에 비해 운용 비용이 적게 드는 대표지수형 ETF의 총보수율도 대부분 연 0.20%를 웃돈다.
국내 ETF 시장에서 설정액 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200 ETF는 총보수율이 0.35%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는 가장 높다.
우리자산운용의 코세프200 ETF(0.34%), 유리에셋의 트렉스200 ETF(0.32%),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킨덱스200 ETF(0.30%)가 뒤를 잇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200 ETF의 총보수율이 연 0.15%로 가장 낮다.
국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운용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보수율 인하 경쟁도 가열되고 있지만 국내 ETF 상품의 보수율은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뉴욕 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를 추종하는 S&P500 인덱스 ETF의 총보수율은 연 0.09%에 불과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추종하는 다우존스 인더스트리얼 애버리지 ETF의 총보수율도 연 0.16%다.
◇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ETF시장 70% 차지
지난 28일 기준으로 ETF 전체 설정액은 13조2349억원이며 이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7조4172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조8520억원을 차지, 상위 운용사 2곳인 삼성과 미래가 전체 ETF 설정액의 70%를 차지하는 구조로 돼 있다.
3위권 이하 운용사들은 상위 2곳과 차이가 다소 큰 1조원 미만의 설정액으로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