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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3차 양적완화 시행… '무기한' QE3·초저금리 연장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일(현지시간)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3차 양적 완화(QE3)를 시행해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사들이기로 했다.

또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노동 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MBS를 계속 사들이고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동시에 또 다른 적절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등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째 회의를 끝낸 뒤 이 같이 결정했다.

연준이 이번 회의를 통해 매달 40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하기로 함에 따라 종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조치를 통해 사들이는 월 450억달러 가량의 장기 채권까지 합쳐 연말까지 매달 850억 달러 어치의 장기 채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장기 금리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MBS 매입이 결과적으로 장기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발생시켜 주택담보금융 시장을 활성화하고 전반적인 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들이 계획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영 및 투자·고용 계획을 짤 수 있도록 지난 2008년 12월 제로 수준(0~0.25%) 수준으로 낮춘 정책금리를 2014년 말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종전 방침을 바꿔 이를 2015년 중반까지로 6개월 이상 연장했다.

연준은 노동 시장 전망이 본질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면 FOMC는 MBS 매입을 계속하고 추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동시에 다른 적절한 정책 수단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QE3 조치에 사실상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연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1조7천억달러 규모의 `1차 양적완화'를 시작으로 지난 2010년 6천억달러의 `2차 양적완화'에 이어 오랜 고민 끝에 세번째로 경기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를 더 낮출 수 없게 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유동성을 늘려 실질금리를 낮춤으로써 기업투자와 가계지출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이 정책 금리를 조절하는 것인 데 비해 양적완화는 비상상황에서 동원되는 `긴급처방'이다. 그만큼 최근 미국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이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것은 기대와는 달리 실물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고용부진이 계속되고 기업투자도 둔화하고 있다면서 "추가적 완화 정책 없이는 경제성장이 고용시장 상황의 개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면서 부양책을 쓰더라도 물가 부담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제는 3차 양적완화가 과연 효과를 발휘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붕괴 직전의 위기에서 건져냈다는 평가를 얻었던 1차 양적완화 조치와는 달리 2차 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 우려만 높였을 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몇달 전까지만 해도 3차 양적완화에 목말라 하던 시장에서도 최근에는 기대감보다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이번에도 비관론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편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준 발표에 앞서 경제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28명이 연준이 QE3를 시행하면 실수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면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명목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는 실질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풀린 유동성이 실물부문에서 투기 분위기를 조장하고,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율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책이 경제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연준이 MBS 매입규모를 400억달러에서 더 늘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우려에도 연준이 양적완화 계획을 내놓은 것은 뾰족한 대안에 없기 때문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정쟁에 휩쓸리면서 미국 경제가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국제 신용평가업체에서 미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는 머뭇거릴 수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날 FOMC의 결정에 대해 기대 이상의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연준이 저금리 시한 연장과 양적 완화를 동시에 발표한데다 노동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적 자산 매입은 물론 다른 정책수단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한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BNP파리바의 줄리아 코로나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발표는 FOMC 정책의 획기적 변화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매우 공격적인 약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월 400억달러 규모의 MBS 매입이 앞으로 3년간 계속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QE3가 QE1과 맞먹는 1조4천억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연준 대책에 대해 공화당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연말 대선정국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봅 코커(테네시)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연준의 오늘 결정은 경기부양에 필요한 게 아니다"면서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라는 조직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후보는 전날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연준은 실패한 재정정책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고 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FOMC 회의 직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발표한 1.9~2.4%에서 1.7~2.0%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내년 예측치는 2.5~3.0%로, 지난 보고서(2.2~2.8%)보다 높였고 2014년 전망도 3.0~3.5%에서 3.0~3.8%로 소폭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