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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재벌 비상장사, 순익의 41% 배당… 최고 13배까지 배당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10대 재벌 그룹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계열사의 배당을 줄이면서 비상장 계열사에서는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는 순익의 41%를 배당해 상장사 평균의 2.7배에 달했다.

특히 한 비상장 계열사는 당기순이익의 13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당하기도 했다.

25일 재벌닷컴이 2010∼2011 회계연도 10대 그룹 소속 592개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배당현황을 분석한 결과, 499개 비상장사는 순이익 2321억원 중 957억원을 배당해 2년간 배당성향이 41.21%인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성향은 배당총액을 당기순이익 규모로 나눈 값으로, 순이익의 거의 절반을 배당으로 돌려준 셈이다.

반면 93개 상장사는 순익 8830억원 중 1347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은 비상장사의 3분의 1 수준인 평균 15.25%에 그쳤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간의 배당성향이 거의 세 배 가까운 격차를 보인 것이다.

또 비상장사의 경우, 배당성향이 50%를 넘은 기업 수가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28개에 달했다.

배당성향 100% 이상을 기록해 순익보다 배당액이 많았던 기업도 2010년 4개, 2011년 5개 등이었다.

이에 따라 외부 지분이 높은 상장사에서는 배당을 적게 하고 총수일가가 절대적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에서는 고배당을 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룹별로는 삼성 비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평균 59.20%로 가장 높았다.

특히 삼성탈레스는 2011년 순이익이 8억1천100만원에 불과한데도 102억8천700만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무려 1천268%에 달했다.

삼성에 이어 SK(55.66%), 두산(53.08%), GS(39.99%), LG(31.28%), 현대차(19.75%), 한진(11.84%), 롯데(11.11%), 현대중공업(8.43%) 등 순으로 배당성향이 높았다.

한화 소속 비상장사는 도합 3억7000여만원의 순손실을 보고도 6억6천만원을 배당해 `마이너스'(-) 배당성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10대 그룹 비상장 계열사는 총 2321억원의 순수익을 올렸고, 957억원을 배당했다.

연도별로는 2011 회계연도 비상장사 배당성향이 36.29%로 2010년(46.61%)에 비해 10.32%포인트 낮았다. 작년 말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배당을 축소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다만, 배당성향 50% 이상의 고액 배당을 실시한 비상장사의 수는 2010년과 2011년 모두 28개로 동일했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어 순수익보다 배당이 많은 회사의 수는 2010년 디아이피홀딩스(336.6%), 토파스여행정보(235.4%), 두산건설(190.8%), 한화투자증권(170.3%) 등 4개에서 2011년 삼성탈레스(1268.4%)와 에프엔유신용정보(360.4%), 엔셰이퍼(290.9%), SK E&S(139.5%), 하이자산운용(115.5%) 등 5개로 늘어났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과 수익을 몰아준 뒤 거액 배당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행위는 결과적으로 비상장사를 지원한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사 배당잔치는 결국 상장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이런 행태는 기업의 가치나 전체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아닌 총수일가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성향이 높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 상식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사는 대체로 성장 단계상 `스타트-업' 기업인 만큼 투자 비중이 높고 배당성향이 낮아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를 현금 마련을 위한 `캐시카우'로 이용한다는 의심이 든다"면서 "성장기의 비상장 기업이 고액의 배당을 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려우니, 부당내부거래가 수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경영학부 김동순 교수는 "비상장사의 고액배당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상속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장사가 비상장사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이익을 주면 상장사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순 교수는 "비상장 기업에 대한 감독보다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감독기관으로는 사외이사가 있지만 실제로는 연고있는 사람들이어서 감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도 "부당 내부거래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정거래법만으로는 안된다"면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부당지원이 적발돼도 지원을 한 상장사에 과징금이 부과되고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면서 "정작 지원을 받은 비상장사나 총수일가가 챙긴 이득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없고, 배임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내부거래의 비중을 15%나 20% 등으로 규제하고, 위반할 경우 이익의 3배 이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부당이익의 일부를 내부고발자에게 돌려주는 등 방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