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사 수가 1천800개를 밑돌며 2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증시에서 `후한 몸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실적부진에 따른 부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되는 기업은 줄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6일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신규상장, 작년의 절반도 안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규상장한 기업은 28개사에 그쳐 작년 동기(58개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동일고무벨트[163560]가 지난달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신규상장한 것을 비롯해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4개사가 새로 상장사로 진입했다.
재상장기업도 올해 1~10월 3개사로 작년 동기(8개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기업들이 IPO를 꺼리고 있어 상장사로 새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1∼9월 IPO 건수는 18건으로 작년 동기(42건)의 43% 수준에 그쳤다. 상반기 IPO 건수는 9건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PO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신규상장 기업 수도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기업들이 IPO를 주저하는 것은 불경기 탓에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의 벨류에이션(평가가치)을 최대한 높게 평가받아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를 바라지만 요즘에는 증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는 기업 상장에 큰 걸림돌인 동시에 상장폐지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올해 1∼10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은 60개이다. 이 가운데 전체 20%인 12개 종목의 상장폐지 원인이 자본잠식이었다.
부도와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종목도 각각 5개, 14개로 전체의 약 52%가 경기침체의 여파로 증권시장에서 퇴출된 것이었다.
◇ "장기 저성장 시대…상폐 기업 더 많아질 수도"
경기불황이 국내 증시침체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향후 상장사 규모의 성장 여부는 세계경제 회복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세계경기 회복이 둔화하고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면 증권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보다 기존에 상장됐다가 퇴출되는 기업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화투자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경기순환이 안 좋으면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상장한 기업도 퇴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각국 증시에서 상장기업 증가가 정체되는 양상이었지만 한국 증시는 그나마 안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송영훈 상장제도팀장은 "2010년 한때 국내 기업공개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활발했지만 현재 많이 줄었다"면서 "증시 구조가 변한 것보다는 글로벌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송 팀장은 "기업공개를 실시하면 6개월 이상 시장에 노출되는데 요즘 같은 불황에 기업들이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공개는 경기상황과 연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증시 진입장벽이 제도 등으로 특별히 높아진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경기상황과 밀접하게 연동하므로 상장사 감소의 주요 원인이 대외적 경기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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