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일본의 간판 전자업체인 소니는 삼성전자 등에 완전히 밀리면서 실적 악화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에는 신용등급까지 정크 수준으로 강등돼 회생 전망이 더 어두워지게 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 일본 소니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BB-’로 세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피치는 또 일본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BB’로 두 단계 내리면서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 또한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피치의 신용등급체계에서 이 두 대형 가전업체의 이전 신용등급 ’BBB-’는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였다.
피치는 소니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에 대해 “주요 제품의 기술적 우위 상실과 선진국의 경제여건 악화, 경쟁 심화, 일본 엔화 가치 상승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영업실적) 회복은 느리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세계 전자업계의 정상으로 군림하던 소니는 현재 제품 수요 감소, 삼성전자와 애플 등 경쟁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엔화 강세와 값비싼 국내 노동력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 구매를 거부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소니는 지난해 역대 최악인 5200억엔(약 6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했는데, 특히 핵심부문인 TV사업은 한국, 대만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탓에 판매가격까지 낮췄으나 8년간 총 6920억엔에 달하는 가장 큰 손실을 봤다. 올 3분기에도 155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소니는 지난 1일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실적악화에 더해 부채까지 늘고 있다. 3~9월 소니의 비재무 서비스사업의 순부채가 4000억엔 늘면서 총부채는 1조2500억엔으로 증가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9일 소니의 TV 및 카메라 사업의 수요 감소를 들어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 중 최하위인 'Baa3'로 강등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역시 지난 9월 소니의 장기 외화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하고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피치는 또 파나소닉의 등급 하향조정 배경에 대해서는 “TV와 평판표시장치를 비롯한 핵심 사업 부문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의 약화”였다고 발표했다.
피치는 또 파나소닉의 재무 구조가 단기 또는 중기에 실질적인 개선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