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대선 테마주' 열풍으로 대주주와 친인척 등이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철수테마주 매각을 통한 차익이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의 피해를 안중에 두지 않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과 '합리적 행동'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8대 대선 유력후보 3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와 관련돼 급등락을 보인 79개 테마주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은 2012년 한해에 901차례 보유지분을 장내매도해 총 9760만주를 매각했고, 총매각금액은 45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내매도 당시 주가는 대선테마주 열풍이 고개를 들기 전인 2011년 6월초 주가와 비교해 평균 45% 가량 고평가돼 지분매각을 통해 약 3154억원의 차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로 파악된다.
후보별로는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관련된 33개 종목 대주주들이 팔아치운 지분의 규모가 5809만주, 2938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했다. 2011년 중순 대비 시세차익도 2280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2644만주ㆍ891억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1306만주ㆍ730억원) 등 순이었다.
종목별로는 안랩의 매각대금이 1604억원으로 가장 컸고, 아가방컴퍼니(514억원), 미래산업(443억원), 써니전자(323억원), 우리들생명과학(318억원), 우리들제약(19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잇따르면서 일부 종목에서는 먹튀 논란도 일었다.
미래산업의 최대주주였던 정문술씨는 작년 9월 18~19일 보유주식 전량을 장내 매도해 400억원 가량을 챙겼다. 써니전자 곽영의 회장은 한해에 213만주를 팔아 132억원을 현금화했고, 친인척들도 상당량의 지분을 매각했다.
우리들병원그룹 김수경 회장은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식 1338만주를 주당 1879~3192원에 팔아 현금 338억원을 확보했다.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의 주가는 2011년 6월초 기준 375원과 538원에 불과했지만 문재인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급등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이 투자자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세차익 실현에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주주가 주가급변 사유가 없다고 답한 직후 주식을 매각해 대량의 차익을 남긴 사례가 있다"면서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 손실을 부추긴 셈이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