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체 상장사의 8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시가총액 비중도 50%가 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에서 재벌 대기업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제조업) 상장사 1345곳의 작년 1~3분기 매출액 909조3000억원 중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 그룹 상장사 80곳의 매출액은 492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54.2%에 달했다.
또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42조3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56조8000억원)의 74.5%였고, 순이익은 36조9000억원으로 전체 순이익(47조3000억원)의 78.1%나 됐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10대 그룹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벌 대기업들은 생산성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에서도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업체들을 포함한 10대 재벌 9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8일 현재 733조9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267조5000억원)의 57.9%였다.
이 비율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2011년 8월 초의 54.5%보다 더 큰 것이다.
경제위기를 수출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대기업에 정책적인 혜택을 집중, 재벌 대기업들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10대 재벌의 계열사 수는 평균 56.9개로 10여년간 4.2배로 커졌고, 11~20대 재벌도 4.7배, 21~30대 재벌도 3.9배로 각각 증가하며 규모를 키웠다.
대기업이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통해 덩치를 키운 만큼 중소기업은 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에 시달리며 생존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고 자금, 기술, 인력 등 생산요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