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매에 넘어가는 집이 급증한 가운데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세입자가 10명 중 4명꼴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의 약 절반 정도가 보증금을 날리는 피해를 보는 셈이어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경매정보사이트 부동산태인은 작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경매에 넘어가 채권자에게 배당 완료된 주택 1만3694건 가운데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무려 5804건으로 42.4%에 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증금을 받지 못해 평균 2년 정도 소요되는 법정다툼까지 거치고도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10명 중 4명이 넘는 셈이다.
아직 배당 결과가 나오지 않은 11~12월 물량까지 추가하면 임차보증금을 떼인 건수는 1000여건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주택경매 물건 수는 지난 2008년 2만8417건에서 작년 6만1287건으로 2배나 늘었지만 동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90%에서 73.3%로 떨어져 집을 경매 처분해도 채권자가 손에 쥐는 몫은 작아졌고, 이에 따라 금융권 등 여타 채권자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인들의 고통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
실제로 한 피해자는 2011년 11월께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전세를 얻었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 7000만원을 몽땅 날리는 피해를 입었다.
집주인이 한집에 살아 깔끔하게 관리한다는 부동산의 말만 믿고 계약했지만 은행빚만 7억5000만원이었던 주인이 그가 이사온지 한 달 만에 야반도주한 탓이었다.
이 집은 작년 1월 경매에 들어가 두차례 유찰된 끝에 12월 감정가 6억9600여만원의 약 64%인 4억4500여만원에 낙찰됐지만, 이 피해자는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한 푼도 찾지 못했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집주인은 집을 뺏기고 채권자는 빚을 돌려받지 못해 누가 하나 이기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돈 빌려서 집 사라는 경기부양책 대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차인은 계약하기 전 등기부등본을 철저히 확인하는 한편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 한도까지만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