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구속수감과 건강 악화로 리더십 위기에 빠진 가운데 태양광사업 등에 대한 대내외적 불확실성까지 증대되면서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유력시되는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의 경영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김 실장은 2011년 12월 회장실에서 한화솔라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김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해오는 등 사실상 경영 후계자 훈련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태양광을 그룹의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결정하고 기초를 다졌다면, 김 실장은 일선에서 실무를 맡아 사업을 직접 꾸려오면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 중의 하나로 기록된 독일계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등 굵직굵직한 투자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김 회장의 측면 지원 없이 김 실장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직 장악력, 추진력, 기획력, 위기대응력 등 모든 경영적 능력이 평가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특성상 외국의 정책결정권자와 수시로 만나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 사업 추진의 중요한 요소인데, 그가 김 회장의 부재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잘 메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태양광 산업이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회사의 수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점을 극복하는 것이 김 실장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다.
작년 3분기 한화솔라원은 45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이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받는 데 일조했다.
업계에서는 태양광 업황이 바닥을 친 뒤 상승 국면에 있지만, 올해도 불황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지 3년째인 김 실장이 경영 정상화와 함께 태양광 사업의 도약 발판 마련이라는 두 가지의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부재 속에서 올해 김 실장의 리더십 아래 쌓아올린 경영 실적은 향후 김 실장의 입지와 경영권 승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아들에게 태양광 사업을 맡긴 것은 경영 능력을 키워주려는 포석이 있었겠지만 올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후계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시각으로 23일 개막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김 실장이 홀로 참석해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구속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김 실장의 행보가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에 가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은 그룹대표로 참석해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업계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